투자자는 손실, 증권사는 역대급 이익…금감원, 해외주식 과당경쟁에 '칼' 뽑았다

입력 2025-12-19 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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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수수료 수익 1.9조 역대 최고인데 투자자 절반은 '손실'...위법 시 영업정지 엄단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 제공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을 틈타 증권사들이 역대급 수수료 수익을 올리며 '돈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 2명 중 1명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무리한 마케팅으로 과당 매매를 부추겨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증권사에 대한 '사전예방적 투자자 보호 점검'에 돌입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검사는 최근 급증한 해외 투자 수요 뒤에 숨겨진 증권사들의 불공정 영업 행태와 미흡한 투자자 보호 실태를 다룰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가 해외 주식 위탁매매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총 1조9천505억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환전 수수료 수익 4천526억원을 더하면, 증권사들이 해외 투자 중개로 챙긴 수익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증권사의 호황과는 대조적으로 투자자들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계좌 중 49.3%가 손실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투자자 두 명 중 한 명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계좌당 평균 손익 역시 지난해 420만원에서 올해 50만원으로 급감하며 '속 빈 강정' 투자로 전락했다. 특히 고위험 상품인 해외 파생상품(선물·옵션) 분야에서는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이 반복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투자자 손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과당 매매 유도를 지목했다.

일부 증권사는 월 1억원 이상 거래 시 거래 금액에 비례해 최대 1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식의 이벤트를 벌이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신규 고객이나 휴면 고객에게는 '33달러 지원금'이나 테슬라·애플 주식 1주를 공짜로 주는 미끼용 마케팅도 성행했다.

특히 자극적인 광고 문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증권사는 미국 주식 옵션 서비스를 홍보하며 "엔비디아가 5% 오르면 214% 수익이 난다"는 식의 과장된 표현을 사용해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증권사 내부적으로는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 해외 주식 실적 점수를 별도로 부여해 직원들이 고객에게 공격적인 투자를 권유하도록 압박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환율 변동 리스크나 국가별 과세 체계 같은 필수 위험 정보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금감원은 즉각적인 현장 검사 체제로 전환하고, 증권사들의 성과보수 체계와 투자 위험 고지의 적정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 광고나 불충분한 설명 등 위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해외 주식 영업 중단'을 포함한 최고 수준의 제재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감원은 우선 내년 3월까지 거래 금액에 비례해 현금을 주는 모든 신규 이벤트를 전면 중단하도록 한다.

또한 내년 1분기 중으로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개정해 거래액 비례 현금 리워드 제공을 원천 금지할 계획이다. 증권사 HTS와 MTS를 통한 리스크 안내도 즉시 강화하도록 했으며, 내년 사업 계획 수립 시 해외 주식 관련 KPI가 과도하게 설정되지 않도록 자제를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투자는 국내보다 리스크가 큰 만큼 증권사의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년에도 순차적인 검사를 통해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