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서현 지음/ 문이당 펴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는 세상을 배운다. 그러나 방서현 작가의 장편소설 '내가 버린 도시, 서울'에서 초등학교는 결코 평등의 공간이 아니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달동네로 불리는 산동네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초등학생이다. 학교 교실에서서 아이들은 부모의 재산과 생활환경을 기준으로 서로를 '똥수저·흙수저·은수저·금수저'라 부른다. 소설 속 동네들은 실제 지명 대신 '수저'로만 불리며, 계급이 곧 공간이 되는 서울의 구조를 상징한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이러한 구분을 더욱 노골화한다. '우리 집 아빠 차 소개하기' 같은 과제를 통해 아이들은 서로의 가정 형편을 비교하고 교실은 서열이 작동하는 장소로 변한다. 아이들은 낮은 서열의 아이를 무시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배운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의 죽음 이후, '나'의 세계는 더욱 좁아진다. 서울을 떠난다 해도 또 다른 서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자각 속에서, 소설은 계급 이동이 봉쇄된 사회의 현실을 조용히 응시한다.
저자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불평등이 마치 당연한 질서처럼 유지되는 도시의 얼굴이 담담하게 그린다. 이 책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서울의 초상을 통해, 이 사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세계를 건네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244쪽, 1만6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