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이용호] 헌법 위반자들, 책임질 배짱이라도 있나!

입력 2025-12-17 05:00:00 수정 2025-12-17 08: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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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은 한 국가의 통치 구조와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담고 있는 근본 규범(規範)이다. 따라서 국가와 그 국민은 헌법과 그 가치를 준수하고 존중해야 할 최고의 책무를 진다. 만약 헌법이 빈번히 어겨진다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번영은 기대할 수 없다. 어쩌면 그러한 국가는 독재 국가 내지 과거 나치 독일과 같은 야만 국가로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헌법과 그 가치를 절대적으로 준수하려는 의지를 통치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가의 모든 현안을 입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국회의 입법 만능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입법권은 국민의 의사에 부합되게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 집단의 이익 추구나 목적 달성의 도구로서 독단적으로 활용된다면, 그 폐해가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히 '법률안 거부권'을 가진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이 같은 진영일 경우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 왜곡죄 신설'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에 관한 법안은 입법 만능주의의 대표적 사례이다. 비록 헌법 제40조에 의해 국회가 입법권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헌법과 합치되고, 국가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부합되게 행사되어질 것이 전제된다. '왜곡의 의미의 불명료성'이나 '사법부 밖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 등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요인으로서, 위헌의 개연성이 높다. 사법제도의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사법 통제가 작동되어서는 안 된다. 그 개혁은 국민의 권리 구제를 증진시키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진영 대립이 극심한 대한민국에서, 이쪽 얘기를 들으면 저쪽이 잘못됐고, 저쪽 얘기를 들으면 이쪽이 잘못됐다. 각 진영은 자신의 특정 행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라고 항변할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행위들만큼은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위반 여부에 우선하여, 기본적으로 모든 국정 담당자는 역사와 국민 앞에 책임질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첫자리에 두고, 소신껏 일하는 국정 담당자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헌법 위반 문제에는 애매한 태도로 이익을 취하면서, 그 책임 문제에서는 요리조리 떠넘기기에 능숙한 지도자들이 많다. 이러한 풍토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는 단연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계엄 선포의 책임은 전부 휘하의 군인들 몫이라고 발뺌한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나 존경을 찾을 수 없다. 최고 권력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니, 그 휘하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죽을 지경이다. 어쩌면 국민은 책임질 줄 아는 당당한 대통령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계엄 선포든 친위 쿠데타든, 국헌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를 더 이상 포용하지 않겠다는 교훈을 재확인시켜 준 점만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현재는 과거가 되고, 미래는 머지않아 현재가 된다. 윤 전 대통령의 위헌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듯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위헌 행위도 언젠가 심판의 시간을 맞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이다. 국헌을 문란하게 했다면, 휘하의 사람들을 방패 삼아 뒤로 숨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책임 문제에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국민이 요청하는 최소한의 명령이다. 헌법을 위반하는 자들, 역사와 국민 앞에 책임질 배짱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