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구 실화재훈련시설 시연, "실전 훈련으로 소방관 역량 높일 것"
"화재 현장에선 1, 2초만에 상황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 눈을 키우는 것은 결국 화재 현장 경험입니다. 실화재 훈련시설이 그 경험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흐린 날씨 속 스산한 바람이 불던 16일 오후 1시, 대구 동구 혁신도시내 자리한 소방교육훈련센터. 이곳 부지에 지난달 개장한 실화재 훈련시설에는 추운 날씨를 잊은 듯 방호복을 입은 소방관 몇몇이 장비를 펼쳐놓고 나무 팔레트를 해체하는 등 훈련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은 서울과 경북, 울산 등 소방학교 훈련교관 과정을 밟은 소방관 20여명이 모여 실화재 훈련시설에서 시연한 후, 훈련과정 등을 보완해나가기 위해 마련됐다.
실화재 훈련시설에 마련된 컨테이너 건물인 '쉘' 안에 직접 불을 내고, 공기 유입에 따른 불의 성장과 연기의 발생 및 움직임 등을 살피고 열기를 직접 체험하면서 구조와 진화작업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다.
최종대 소방교육훈련센터 교육운영팀 조정관은 "자주 벌어지는 아파트 화재 현장 등에 도착하게되면 연기의 색, 움직임, 정도 등을 살피고 신속히 판단, 구조와 진화작업에 대한 작전을 짜야한다"며 "이번 실화재 훈련시설에서 훈련을 통해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상황별 대비책에 대응하는 경험을 쌓을 수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훈련 준비를 모두마친 오후 1시 15분쯤 간단한 브리핑 후, 방화복과 산소통, 면체를 눌러쓴 소방관들이 하나 둘 '쉘' 안으로 진입했다. 일자형인 쉘 안에서 가장 앞에 있는 소방관들이 준비된 발화체에 불을 붙였다. 마른 나무인만큼 불은 곧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얀 연기가 올라오다 불이 커지면서 일렁이는 '풀오버' 상태가 되자 연기도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양쪽과 뒤편에서 문을 열고 닫으며 공기 유입을 조절하자 곧 불길이 확 치솟는 '플래시 오버' 상태가 됐다. 내부는 이미 검은 연기로 가득차 한치 앞을 볼 수없을 정도가 됐다.
불은 상단쪽으론 800도가 넘을 정도고 쪼그려 앉아도 100~200도의 열기가 그대로 몸을 덮친다고 훈련 참가 소방관은 귀띔했다.
최종대 조정관은 "대구 실화재 훈련시설은 지역에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들을 구현해냈다. 옆의 긴 쉘은 지하 1~2층을 구현, 연기가 가득찼을때 내부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를 훈련할 수있게 설계됐다"며 "훈련시설에선 플래시 백 상황, 문을 열었을때 열기가 역으로 나오는 백드래프트 현상 등 화재 현장에서 맞닿뜨릴 수있는 실상황을 모두 경험할 수있다. 이를 통해 소방관들의 역량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윽고 내부의 불길이 잦아들자 쉘 안의 소방관들은 차례로 줄지어 나왔다. 이들은 한쪽 공터에서 둥글게 둘러앉아 순서대로 장비를 해체하고 잠시의 휴식을 가진 후, 회의실에서 이날의 훈련상황에 대해 공유했다.
서울 송파소방서의 고준혁 소방위는 "불의 성장과정과 통제에 따른 변화 양상을 직접 볼수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현장감이 실화재 훈련시설의 장점인듯하다"며 "교보재나 영상만으론 접할 수없는 현장의 귀중한 경험을 훈련을 통해 체득할 수있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