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豪 종교 혐오 총기 난사 테러

입력 2025-12-15 16:46:14 수정 2025-12-15 18: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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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 유대교 명절 '하누카' 노린 부자관계 범인의 총기 난사
16명 사망, 40명 부상, 범인 둘 중 한 명은 숨져… 차량에서 사제폭발물 발견
호주 대테러팀, "범인들 IS에 충성맹세 한 것으로"… 차량에서 IS 깃발 2개 발견

15일(현지시간) 두 명의 범인이 총기를 난사한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 현장에서 인명구조 요원들이 해변에 버려진 물품들을 수거해 둔 모습. EPA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두 명의 범인이 총기를 난사한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 현장에서 인명구조 요원들이 해변에 버려진 물품들을 수거해 둔 모습. EPA 연합뉴스

또 일어난 종교 혐오 총기 난사 테러다. 호주의 유명 해안가가 테러의 무대가 됐다.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 행사를 노린 총기 난사였다. 최소 16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반유대주의를 방치한 결과라고 호주 정부를 성토했다.

범인은 50세 아버지와 24세 아들이었다. 호주 수사당국은 반유대주의가 범행 동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S와 관련 여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또 다른 범행 동기를 캐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평온했던 일요일, 악몽 같은 총기 난사

15일(현지시간)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즈(NSW)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시드니 유명 해변 본다이 비치의 유대교 명절 하누카 행사장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테러가 발생했다. 8일간 이어지는 하누카 명절의 시작일인 14일을 기념해 유대인 등 1천여 명이 모인 행사장은 총격을 피하려는 이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총기로 무장한 두 명의 남성이 행사에 모인 군중을 향해 조준 격발과 연사를 반복했다. 범인들이 총기를 난사한 시각은 오후 6시 45분쯤으로 여름인 호주의 12월의 바깥은 밝았다. 주변 시민들이 촬영한 동영상에 이들의 모습은 비교적 선명했다. 10살 소녀, 87세 노인 등이 테러에 희생되는 등 16명이 숨졌으며 40명이 부상당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파빌리온에서 조문객들이 총기 테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유대교 신앙을 상징하는 대표적 의복인 키파(유대교 모자)를 쓴 조문객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파빌리온에서 조문객들이 총기 테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유대교 신앙을 상징하는 대표적 의복인 키파(유대교 모자)를 쓴 조문객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범인 중 한 명(흰 바지 착용)인 사지드 아크람(50)은 현장에서 사살됐고 나머지 한 명인 나비드 아크람(24)은 경찰에게 총상을 입고 체포됐다. 둘은 부자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참사 직후 현장에 주차된 이들의 차량에서 사제폭발물 두 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시드니에 있는 이들 부자의 집과 에어비앤비 숙소 등을 수색했지만 다른 용의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호주 ABC 방송은 아들인 나비드가 2019년 시드니에서 체포된 IS 관련 테러 계획범과의 연관성을 이유로 호주안보정보원(ASIO)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호주 합동 대테러팀은 이들 부자가 IS에 '충성 맹세'를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의 차량에서 IS 깃발 2개가 발견됐다고 ABC는 전했다.

총기 소지와 관련해 크리스 민스 NSW 주총리는 사지드가 2015년부터 총기 면허를 소지하고 있으며 현재는 총기 6정을 허가받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10일 예루살렘이 위치한 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10일 예루살렘이 위치한 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네타냐후 "반유대주의 방치의 결과"

이스라엘은 유대인 명절 '하누카' 행사가 열린 시드니 본다이 비치 총기 테러와 관련해 호주 정부가 반유대주의를 방치한 결과라고 성토했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반유대주의는 지도자들이 침묵할 때 퍼지는 암"이라며 "당신들(호주 정부)은 이 병이 퍼지게 놔뒀고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본 끔찍한 유대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검토하던 호주 등 여러 나라 지도자에게 "반유대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을 언급했다.

호주는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프랑스·영국·포르투갈 등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런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자 반유대주의를 부추기는 조치라며 극렬히 반발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호주에서 반유대주의가 급증한 사실을 호주 정부에 경고했다"며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의 세계화 등 구호에 호주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총기 난사 테러의 범행 동기가 완전히 파악되진 않았지만 국제사회는 유대인 겨냥 테러 사건이라 규정하고 규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엑스에 "우리 공통의 가치에 대한 공격이며, 이 같은 반유대주의를 전 세계에서 차단해야 한다"고 썼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유럽은 호주와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와 함께한다. 우리는 폭력과 반유대주의 증오에 맞서 단결해 있다"고 했다.

15일(현지시간) 총기 테러 범인들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호주 시드니 외곽 에어비앤비(AirBnB) 숙소에 경찰이 출동해 조사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총기 테러 범인들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호주 시드니 외곽 에어비앤비(AirBnB) 숙소에 경찰이 출동해 조사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되풀이되는 종교 혐오 총기 난사

호주 본다이 비치 사건과 비슷한 종교 혐오 총기 난사 사건은 지난 9월에도 있었다. 9월 28일 오전 10시 30분쯤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블랭크의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모르몬교)에서 총격 및 방화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당시 교회 안에서는 안식일을 맞아 수백 명의 신자가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용의자인 토머스 샌퍼드는 이라크전 참전용사 출신이었다. 그는 두 개의 미국 성조기를 꽂은 픽업트럭을 타고 교회 정문으로 돌진했다. 소총을 든 채 트럭에서 내려 교회 안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고는 불을 질렀다. 범인인 샌퍼드가 현장에서 사살되면서 범행 동기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종교 시설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8월 27일에도 가톨릭교회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총기 테러가 있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톨릭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9월 신학기를 맞아 개학 첫날 미사를 드리던 학생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20대 여성 트랜스젠더로 알려진 용의자는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대교 명절 '하누카'(Hanukkah)는?

유대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로 꼽힌다. 히브리력에 기초해 통상 11월 말부터 12월 초에 해당한다. 기원전 2세기 셀레우코스 왕조의 종교 탄압에 맞서 마카비 혁명이 성공한 뒤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고 재봉헌한 사건을 기념한다. 전승에 따르면 성전을 탈환한 지도자 마카비가 하루치 성유를 태웠으나 기적적으로 8일 동안 타올랐다고 전해진다. 이를 기려 매일 한 개씩 촛불을 켜는 '하누키야'(아홉 갈래 촛대)를 밝힌다. 그래서 8일 동안 이어지며 '빛의 축제'로도 불린다. 유대인들은 이 기간에 점등식, 하루카 요리 나누기, 선물하기 풍습 등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