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곤 못 가는 대구 유일 '국보'…주민들 "급행버스 경유 해달라"

입력 2025-12-14 14:51:05 수정 2025-12-14 18: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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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09호 팔공산 석굴암 인근 주민들 원성 …급행버스 노선 변경 요청 거듭
마을버스 있지만…"1시간 간격 운행 버스로 환승 어려워"
대구시 "급행버스 기능 해쳐…마을버스로 환승이 합리적"

대구에서 유일한 국보인 팔공산 석굴암의 관광을 활성화하고자 급행버스를 정차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공영주차장에서 팔공산 석굴암 진입로에 위치한 폐업 점포. 장성현 기자
대구에서 유일한 국보인 팔공산 석굴암의 관광을 활성화하고자 급행버스를 정차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공영주차장에서 팔공산 석굴암 진입로에 위치한 폐업 점포. 장성현 기자
대구시 군위군 팔공산 석굴암 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마을버스인 군위8번이 하루 8회 운행한다.. 장성현 기자
대구시 군위군 팔공산 석굴암 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마을버스인 군위8번이 하루 8회 운행한다.. 장성현 기자

대구에서 유일한 '국보'가 있는 군위군 부계면 팔공산 석굴암의 급행버스 정차를 두고 주민들과 대구시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 활성화와 주민 편의를 위해 급행버스 노선을 조정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구시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발길 뜸한 대구 유일 '국보'…도심 연결 버스 없어

지난 11일 오후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팔공산터널을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이 마을 팔공산 석굴암에는 국보 109호인 군위 아미타여래삼존석굴이 있다.

팔공산 석굴암은 팔공산 절벽의 자연동굴에 만들어진 통일신라시대 석굴사원으로 경주 석굴암보다 100여년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날 오후 팔공산 석굴암을 찾은 관광객은 20여명에 불과했다. 공영주차장에서 삼존석굴사까지 좁은 도로를 따라 이어진 음식점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일부 점포는 '매매' 현수막을 내걸고 폐업한 상태였다.

팔공산 한티재를 넘어오는 옛길 역시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았다. 팔공산 석굴암 진입로에서 700m가량 떨어진 팔공산능금마을 사과직판장 역시 손님이 드물게 이어졌다.

주민들은 팔공산터널 개통으로 옛길의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취약한 대중교통 접근성도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부계면 남산1리 하상곤 이장은 "팔공산터널 관통 이후 인근 상권이 꾸준히 쇠퇴해왔다. 상권이 살아나려면 급행버스로 도심 방문객을 늘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팔공산 석굴암을 경유하는 대중교통은 군위읍을 오가는 마을버스인 군위8번이 유일하다. 배차 간격은 40분~1시간으로 운행횟수는 하루 8회에 불과하다.

대구 도심에서 오려면 석굴암IC교 아래 정류장에서 1㎞ 가량을 걸어야 한다. 이 곳 정류장에는 급행9번과 급행 9-1번, 급행 9-2번이 하루 17회 정차한다.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 팔공산 석굴암에 위치한 군위아미타여래삼존석굴. 장성현 기자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 팔공산 석굴암에 위치한 군위아미타여래삼존석굴. 장성현 기자

◆주민들 "급행버스 노선 조정해야"…대구시 "불가"

주민들은 기존 노선을 팔공산터널 둔덕교차로에서 팔공산 석굴암 공영주차장을 거쳐 대율리 돌담마을 입구로 이어지도록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운행 거리는 200m, 운행 시간은 5분 정도 늘게 된다.

팔공산 석굴암 주변에는 부계면 동산 1, 2리와 남산 1, 2리 등 마을 4곳에 400가구, 646명이 살고 있다. 이 중 관광업에 종사하는 가구 수는 76가구로 19%를 차지한다.

군위군 관계자는 "군위8번은 배차 간격이 1시간 이상으로 길고, 버스 이용객도 고령자가 많아 급행버스와 환승 연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노선이 조정되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침체됐던 지역 상권도 활기를 띨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정옥(73) 문화유산해설사는 "시내버스를 타고 대율리 돌담마을과 백송온천, 효령면 거매리 매운탕촌을 들르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면서 "팔공산 석굴암을 경유하면 관광객 유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도심 외곽과 중심부 혹은 도심 외곽 간을 빠르게 연결하는 급행버스의 특성상 우회 운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순팔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급행버스 기능을 해치는 노선 변경을 특정 마을에만 적용하긴 어렵다"면서 "팔공산 석굴암을 찾는 관광객 편의를 높이려면 군위군이 해당 노선 마을버스를 추가 운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