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손상되면 기능 회복 어려워
생존율 높은 신장 이식…생체 이식이 유리
면역억제제 부담으로 이식 꺼리는 환자들…인식 개선 필요
신장은 '조용한 장기'로 불릴만큼 이상 신호가 늦게 나타난다. 문제는 손상된 신장은 기능 회복이 어렵고, 증상을 느낄 땐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기 검사와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은 신장 기능이 빠르게 저하될 수 있고 만성콩팥병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말기 콩팥병증(End-Stage Kidney Disease, ESKD)으로 진행되는 경우 '투석'이나 '이식'이 고려된다. 환자들은 이식을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식 후 경과가 투석보다 좋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근에는 신장 이식이 권장되고 있다.
◆이식 환자가 투석 환자보다 사망률 낮아
대부분의 환자는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으로 치료를 시작하지만, 이식 가능한 상태라면 신장 이식이 단연코 가장 우수한 치료 방법이다. 수많은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통해 신장이식은 생존율 향상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극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입증됐다.
우선 신장 이식 환자는 투석 환자보다 사망률이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특히 투석을 시작하기 전 신장을 이식받는 경우, 투석으로 인한 합병증 노출이 없고 말기 콩팥병 상태가 짧기 때문이 신장 이식의 장기 생존율 또한 뛰어나다. 또 새로운 신장을 이식함으로써 빠르게 에너지 수준이 향상되고, 식이 제한이 줄어들며, 일상 생활이나 직장으로의 복귀도 빨라질 수 있다.
이식 방식은 살아있는 공여자가 자신의 장기 일부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이식'이 유리하다. 생체 공여자는 주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될 수 있다. 면역학적 적합성과 수술 전 준비의 용이성 때문에 생체 이식은 대기 시간 없이 계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 생체 이식을 할 경우 투석 기간이 뇌사 대기자 보다 짧기 때문에 콩팥의 기능이 오래 지속된다.
생체 공여자의 건강 상태가 중요하기 때문에 생체 공여자는 철저한 검사와 상담을 거쳐 이식 후 안정적인 콩팥 기능과 건강을 유지하도록 관리가 이뤄지며, 이식 후 콩팥 기능의 저하,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의 발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요한다.
다만 모든 말기 콩팥병 환자가 이식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령, 암, 중증 심혈관 질환 등은 이식 적합성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환자는 신장이식 센터에서 조기 평가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조기 평가 후 바로 생체이식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판단된다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재평가를 받거나 뇌사 대기자를 등록할 수 있다. 뇌사자 이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수년 이상 걸릴 수 있으므로, 투석을 시작하고 가능한 한 빨리 뇌사대기자 등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식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해
환자들이 이식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면역억제제 복용이다. 타인의 콩팥이 내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에 있는 면역 기능이 작용하게 되는데, 이식 콩팥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면역억제제는 거부반응을 막는 것이 핵심이지만, 감염이나 대사 질환의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식 후의 삶은 의료진과 환자 간의 지속적인 협력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외래 진료,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을 통해 이식 콩팥의 기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신장이식의 혜택을 보다 많은 환자가 누리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이식 시스템, 생체 기증 장려 정책, 그리고 대중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소외지역 환자도 동등한 이식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요구되며, 특히 뇌사자 신장이식의 경우, 뇌사 공여자 및 가족들에 대한 예우도 충분히 이루어짐으로써 뇌사 공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가 국가 차원에서 수행돼야 한다.
신장이식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환자에게 다시 일상을 되찾아주는 치료다. 조기 평가, 생체 기증 활성화, 꾸준한 사후 관리, 그리고 제도적 기반이 함께 갖춰질 때, 신장이식은 그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도움말: 박우영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장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