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5년 만에 법정시한 처리…AI·정책펀드 감액하고 지역사랑상품권은 유지

입력 2025-12-02 16: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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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총지출 728조원 틀 유지에 합의
AI·정책펀드·예비비 4조3천억원 감액
민생·산업 분야 증액 반영하며 타협 도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을 마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을 마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막판 줄다리기 끝에 총지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기로 했다. 감액과 증액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조정해 정부 원안의 총지출 틀을 유지하면서도 쟁점 예산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안에서 4조3천억원을 우선 감액하고서 그 범위 안에서 필요한 항목을 다시 증액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감액 대상은 인공지능(AI) 지원, 정책펀드, 예비비 등이 중심이 됐다. 정부가 10조1천억원을 배정한 AI 대전환 예산은 중복·저효율 사업을 중심으로 2천억원대 감액이 이뤄졌고 정책펀드도 규모가 줄었다. 반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1조1천500억원), 국민성장펀드(1조원) 등 정부 핵심 국정과제 관련 예산은 그대로 유지됐다.

증액 항목은 여야 요구가 각각 반영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사업 등이 늘었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요청한 ▷도시가스 공급 배관 설치 ▷국가장학금 ▷보훈유공자 참전명예수당도 확대됐다. 민생·산업 기반 사업을 보강해 감액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쟁점이었던 '대미 통상 대응 프로그램 예산 1조9천억원 감액' 조항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협상 경과에 따라 당초 사업 구조가 변경돼 자동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여야의 설명이다. 한미 전략적 투자 법안 처리 여부를 둘러싼 견해차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는 막판까지 팽팽히 맞섰던 상황에서 극적으로 도출됐다. 예결위 여야 간사가 쟁점 사안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원내대표가 각각 조율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여당은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지켜낸 점을, 야당은 총지출 증가를 막은 데 의의를 뒀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다. 728조원 규모의 예산 총액을 온전하게 지켜냈다"면서 "5년 만에 예산을 법정기한 안에 처리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김천)는 의원총회에서 "다수당이 수적인 우세를 앞세워 소수당을 전혀 배려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폭거를 일삼는 어려운 상황에서 기한 내에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예결위 야당 간사를 맡은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성청송영덕울진)도 "100% 만족할 순 없지만 여야 간에 조금씩 양보해서 원만한 타협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체 예산을 증액하지 않도록 관철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방만하게 운영되던 펀드 관련 예산, AI 예산도 삭감할 부분을 삭감한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특활비나 지역사랑상품권에서 감액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받지 못하겠다고 해서 이 부분은 저희가 양보했다"면서 "국정 기조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감액하지 않고 인정해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예산안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하면 5년 만에 법정시한 준수가 이뤄진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법정기한 내 예산안 처리는 2014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