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화 사회복지학 박사·시인
서산 노을을 바라보며 삶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생의 끝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끝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은 크게 달라진다.
최근 사회복지학 분야에서는 단순한 연명치료 거부나 평온한 죽음을 넘어, 삶의 마지막을 타인과 사회를 위해 의미 있게 마무리하려는 '웰엔딩(Well-ending)'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 적극적인 실천의 대표적 방식이 바로 장기 기증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기 기증은 여전히 결단이 필요한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는 일은 결국 자신과 타인을 위한 가장 따뜻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장기 기증은 단순한 의학적 절차를 넘어, 자신의 삶을 타인의 생명과 연결하는 가장 숭고한 연대 행위다.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장기이식 현실은 '기다림의 비극'이다. 장기 기증자가 줄어들면서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2020년 3만5천852명에서 2024년 8월 기준 4만6천935명으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 중 사망자 수는 2천191명에서 3천96명으로 1.4배 늘어 3천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대기 중 사망자는 신장(1천676명), 간(1천117명) 순으로, 우리가 살릴 수 있는 귀한 생명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난해 9월 마라톤 연습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폐, 간, 양쪽 신장, 안구를 기증해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준 고(故) 김남연 씨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그는 평소 "죽음 앞에서는 모두 흙으로 돌아가는데, 생명 나눔을 통해 다른 이를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는 웰엔딩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따뜻한 메시지다.
사회복지 측면에서 장기 기증은 단순한 생명 연장을 넘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장기 기증은 타인의 삶을 연장하는 이타적 실천을 통해 공동체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 둘째, 기증을 결정한 가족의 큰 슬픔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했다는 치유의 감정을 제공하여 슬픔을 승화시킨다. 셋째, 기증자 개인은 자신의 죽음을 '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로 삶의 의미를 가장 고귀하게 재정립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웰엔딩이다.
장기 기증을 일상적 윤리로 자리 잡게 하려면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학교와 지역사회, 종교계, 의료기관, 언론은 협력하여 '생명 나눔'의 가치를 꾸준히 알리고, 기증 절차를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사전 의향 등록을 자연스럽게 권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웰엔딩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사랑하는 방식이다. 삶의 마지막을 나눔으로 채우는 문화가 확산될 때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하고 단단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장기 기증을 어렵고 특별한 결심이 아니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바라볼 때다. 가장 고귀한 나눔이 바로 생명을 나누는 선택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