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구민수] 미국에서 확인한 지역 언론의 현실

입력 2025-11-26 13:52:35 수정 2025-11-26 17: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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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수 경제부 기자

경제부 구민수 기자
경제부 구민수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KPF 디플로마 '로컬 저널리즘' 해외 교육과정을 통해 지난 12~2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탬파베이 등을 방문했다. 한국 사람에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미국 어디를 가나 현대·기아차가 정말 많다는 사실이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는 뉴스 내용을 현지에서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직접 경험한 물가와 환율도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한국도 일상적인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번 연수를 통해 로컬 저널리즘의 위기를 실감했다. 현지에서 신문사 3곳, 방송사 2곳, 공영 라디오 방송국 2곳 등 언론사 7곳을 방문한 결과 언론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보편적이었다.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1967년 설립된 비영리 기관인 CPB(미국 공영방송공사)가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TV·온라인 매체에 자금 지원을 담당하던 CPB가 문을 닫자 지원을 받던 언론사들도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있는 비영리 저널리즘 연구·교육기관인 포인터 재단의 닐 브라운 소장은 저널리즘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기자가 하는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언론은 사막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영세해진 지역 언론의 폐업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언론 시장이 침체되면서 '영혼의 라이벌'과 협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탬파베이 타임스는 퓰리처상을 14회 이상 수상한 미국 지역 언론의 상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300명 규모였던 뉴스룸은 현재 100명 안팎으로 줄었다. 종이신문 발행은 주 2회(수·일)로 줄이고 나머지는 전자신문(e-paper)으로 전환했다. 과거에는 인근의 마이애미 헤럴드와 경쟁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지방신문협회,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제한적으로 콘텐츠를 공유하며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더 나아가 공동 플랫폼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탬파베이 타임스의 코넌 갤러티 발행인은 "서로 주인이 다른 회사라도 협력을 통해 하나의 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언론의 결정적 차이도 있다. 바로 포털과 정부(지자체) 지원이다. 포털이 없는 미국 언론은 뉴스레터 발송과 유료 회원 모집에 열성적이다. 이는 뉴스 품질 강화로 이어진다. 반면 포털에 완전히 종속된 한국의 뉴스 품질은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독자들은 언론사별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만 강해지고 있다.

포인터 재단의 브라운 소장이 제시한 해법은 혁신이었다. 그에 따르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혁신이다. 이는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 언론도 솔루션을 제공하면 충분히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전문적인 영역에 갇힐 필요도 없다.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 또한 혁신적 역할이다.

미국 언론 환경과 한국 언론 환경 중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없고, 독자를 탓할 수도 없다. 명확한 건 저널리즘의 가치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더 이상 언론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 언론인들은 지금, 여기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 독자와 함께할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흥미롭고 즐거운 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