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그 주인공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한국기원은 최근 구글 딥마인드 측에 신진서 9단과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된다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이벤트로, 알파고는 2016년 당시의 버전 그대로 맞붙게 된다.
신진서 9단은 2021년부터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해온 현역 최강자다. 그가 도전하는 알파고는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은 채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딥마인드의 대표 AI다.
2016년 3월,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5번기 대국으로 진행됐다. 당시 이세돌은 4국에서 백 78수, 일명 '신의 한수'로 단 1승을 거뒀고, 알파고는 나머지 4국을 승리해 종합 전적 4대 1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인간이 AI에게 패배한 첫 공식 대결이었던 이 이벤트는 세계적인 AI 기술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국을 계기로 '딥러닝'이라는 개념이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소개됐으며,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토대를 마련한 계기로도 꼽힌다.
이세돌 9단은 은퇴 후에도 여전히 알파고와의 대결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지난 25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 강연에서 그는 "알파고와의 대국은 30년 바둑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며 "패배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알파고의 수가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고 창의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이용'만 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며 "AI를 내 능력처럼 다루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원 측은 신진서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상징성과 화제성을 고려해 공개 이벤트 형태로 진행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체적인 대국 장소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구글 딥마인드의 응답 여부에 따라 성사 가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