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90% 찬성"에도 못 짓는 보도교… 팔현습지, 개발·보존 대립 중

입력 2026-02-04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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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환경청, 주민 의견 수렴 뒤에도 법적 검토만 하세월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 움직임도 변수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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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환경청이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벌이는 팔현습지 일대 하천변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정부가 추진하는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설치 사업이 수 년째 표류 중이다. 보도교 설치를 통해 팔현습지 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달성습지'와 같이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계획이 첫 삽조차 뜨지못하고 있다.

주민 90%가 보도교 설치에 찬성하는 등 지역 숙원이지만, 사업 주체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단체의 반발만을 의식해 공사 재개에 미온적인 태도만을 보이고 있다.

4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수성구 매호동~동구 망우당공원 구간(5.5㎞)에 제방 보강, 팔현습지 인근에 산책로·보도교 신설 등을 포함한 420억원 규모의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제방보강 공사는 현재 70%가량 완성됐다. 그러나 2022년 3월 착공한 보도교 공사는 환경단체 반발로 같은 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이후 최근에 들어서야 국가유산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팔현습지 보도교 설치 사업에 대한 법적 정당성 검토에 나섰다.

앞서 지난해 11~12월 진행된 주민 의견 수렴 결과, 총 1만447명 중 9천472명(약 90.6%)이 보도교 설치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후 환경단체의 항의성 방문과 반발이 이어지면서 공사 재개는 하세월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행정 절차상 하자는 없어 사업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권익위원회 등 제3의 기관을 통한 중재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팔현습지는 수달, 삵, 원앙, 수리부엉이 등 법정보호종이 다수 서식하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구간이다. 환경단체는 ▷보도교 설치로 습지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 ▷환경영향평가 이후 추가 법정보호종이 확인된 점 등을 들며 보도교 설치 사업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보도교를 팔현습지로부터 60m가량 떨어뜨리고, 수중 기둥 간 거리를 늘리는 등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들은 보도교 설치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 가운데 대구시는 올해 상반기 중에 팔현습지의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할 예정으로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습지보전법에 따르면 습지보호지역 내에는 인공구조물을 짓거나, 흙·모래·자갈 등을 채취하거나 경작 행위 등이 제한된다.

보도교 설치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이미 수차례 환경단체의 주장을 수용했으니 더는 물러설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박춘식 금호강 산책로 연결 주민추진단 단장은 "보도교는 인근 주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낙동강유역환경청도 보도교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을 확인했으면 이를 사업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사업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치해도 되나 싶다. '정권이 바뀌어서 사업을 중단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주민들과 집회 등 단체 행동에 나서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