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아레나'는 2년 만에 밑그림 나왔는데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은 3년반째 제자리
"사업지 변경 추진과 계엄, 탄핵으로 허송세월 낭비"
市 "내년 기재부 예타 대상에 선정되도록 노력"
"어느 순간부터 얘기가 싹 사라지고 정권도 바뀌어서 사업 중단된 줄 알았네요."
최근 만난 지역의 한 문화계 종사자는 옛 경북도청 후적지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답했다.
문화예술허브 조성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의 국정과제에 선정되며 어느 때보다도 지역 문화예술계의 큰 기대를 모은 사업이다.
대구시청 산격청사로 사용 중인 옛 경북도청 터에 총 사업비 3천228억원(전액 국비)을 들여 ▷국립창작뮤지컬 콤플렉스 ▷근대시각예술 콤플렉스 등을 조성해 차세대 한류 콘텐츠 창작기지로 도약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대규모 문화인프라 구축사업이다.
원안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국립창작뮤지컬 콤플렉스는 연면적 4만2천 ㎡에 뮤지컬 전용극장과 뮤지컬 창작지원센터, 무대제작소·연습실·교육장 등을, 근대시각예술 콤플렉스는 연면적 7만㎡에 전시관, 수장고, 미술품 연구·복원센터, 교육·체험공간, 조각공원 등을 갖춘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국정과제 선정 이후 3년 반 가량이 지난 지금까지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하다. 더욱이 달성군이 대구교도소가 이전한 지 2년 만에 후적지를 전국 최대 복합문화공간인 '달성 아레나'로 탈바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감감무소식인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바라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3월 '구(舊) 경북도청 이전터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한 차례 진행한 바 있다. 이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사업지 변경을 강행하며 논란을 빚은 탓에 사업 추진이 지연됐고, 문체부가 지난해 3월에서야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착수해 같은 해 11월 이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국립뮤지컬콤플렉스의 정책적, 경제적 타당성 검토와 운영 기본방향, 조직 및 소요인력 계획, 단계별 사업비용 및 운영예산안이 포함됐다.
문제는 사업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의 의지다.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지난 10일 열린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사업 추진에 관한 질의에 "기재부의 기조가 국립 문화시설의 신규 사업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사업 자체가 좌초된 것은 아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을)은 "처음에는 정부와 부처에서 굉장히 관심 있고 의지가 컸는데, 홍 전 대구시장이 사업지 변경을 추진하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데 1년 가까이 걸렸다"며 "이후 본격적으로 진도를 나갔어야 했는데 계엄과 탄핵 등이 겹치며 최적의 시기를 놓쳤다. 그때 밀어붙이지 못해 시간을 허송세월 낭비했고,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시 진도를 나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구시가 시장 권한대행 체제다보니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고, 그것 역시 사업 진행이 조금 더뎌지게 된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우선 내년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국립뮤지컬콤플렉스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이 선정될 수 있도록 주력하는 한편, 문체부의 내년도 지역 국립미술관 종합계획 수립 용역에서도 대구가 우선 대상지가 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21일 기재부의 타당성 심사 담당자가 처음으로 현장을 다녀가는 등 내년부터 사업 추진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문체부, 기재부와 추진 방안을 계속 논의하면서 최대한 빨리 해당 사업이 예타 대상에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부산 등 다른 지역의 문화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이 조속히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
20여 년 간 대구 근대미술을 연구해온 김영동 미술사학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향수, 고향을 그리다' 등 최근 많은 인기를 끈 전시의 중심에는 이인성, 박명조, 서동진 등 대구 근대 화가들의 수채화가 자리하고 있다"며 "우수한 근대미술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로서, 콘텐츠는 많지만 인프라가 없어 크게 아쉽다. 하루 빨리 근대미술관 건립이 윤곽을 드러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배성혁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집행위원장은 "서울의 업계 관계자, 뮤지컬협회들도 뮤지컬전용극장이 빨리 설립되길 원하고 있다. 지역 뿐 아니라 한국 뮤지컬 산업 활성화에도 중요하기에, 교통 편의성이 좋은 옛 경북도청 후적지가 최적일 것으로 다들 동의하고 있다"며 "국내 뮤지컬이 주목 받고, 많은 여론이 형성됐을 때 빨리 추진돼야 뮤지컬 산업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건 대구만의 문제가 아닌, 뮤지컬 시장의 큰 테두리 안에서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도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은 지역 예술 토대를 강화할뿐 아니라 관광산업 등 경제적 유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한강 이남 지역의 문화거점으로서, 문화균형발전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