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양국 대표단 제네바협의 매우 생산적"
우크라 영토 양보·나토 가입 금지·집단 안보 내용
"항복 잠정합의안" 비등…젤렌스키 수용여부 관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에는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 나토 가입 금지, 유럽 집단 안보 제공 등이 주요 골자다. 향후 우크라이나의 합의안 수용 여부가 종전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美·우크라 '평화 프레임워크' 작성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평화 구상안 협상을 진행한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공동성명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제네바에서 미국 측 평화 제안 협의를 위해 회동했다"며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양측은 업데이트되고 정교화된 평화 프레임워크(peace framework)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성명에서 "이번 협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명확한 향후 조치를 도출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어떠한 향후 합의도 우크라이나 주권을 온전히 보장하며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평화를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향후 며칠간 평화 프레임워크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유럽 파트너 국가들과도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다. 평화 프레임워크에 대한 최종 결정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대통령이 내릴 예정이라고 성명은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 구상안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우크라이나군을 60만명 규모로 축소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금지하되, 나토와 유사하게 미국과 유럽의 '집단방위' 방식의 안전 보장 장치를 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젤렌스키 수용 여부가 종전 관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평화구상안 수용 여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평화구상안이 항복 문서라는 국내 여론과 최근 불거진 자신의 '부패 스캔들'이 맞물려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선 이번 잠정합의안을 사실상의 항복으로 보는 인식이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사실이지만, 섣부른 종전 조건 수용은 더 큰 안보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안드리 자고로드뉴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현재 협상 테이블 위에는 "평화가 없다"며 "제안된 종전안은 우크라이나를 더 큰 전쟁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이 제안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대안이 아니라 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자 러시아의 재무장을 위해 잠시 (전쟁을) 멈추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군사 전문가 프란츠-스테판 가디 역시 "전체적인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이지만, 군대가 곧 패배할 위기에 처했거나 단결력이 무너질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들은 지치고 피곤한 상태지만, 여전히 싸울 결의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마냥 버틸 수만은 없는 처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 크게 의존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지원 중단' 등의 압박이 가해질 경우 지금보다 더 속수무책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만간 직접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