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 결합 요금제 출시
"국내 스트리밍 시장 판도 바꿀 게임 체인저 기대"
배달·유통업계도 '록인 효과' 겨냥, 결합 상품 확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부터 배달, 유통 부문까지 플랫폼 간 서비스 제휴가 활발하다. '글로벌 공룡기업'에 대항하는 국내 기업들이 동맹을 확대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기업들은 저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편의성'을 내세운 회원제 서비스를 출시하고 '충성 고객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OTT 3사 '결합 요금제' 출시
국내 토종 OTT 업체인 티빙과 웨이브는 글로벌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와 손잡고 결합 요금제를 출시했다. 티빙과 디즈니코리아는 지난 18일 디즈니+, 티빙, 웨이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번들 상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3개 플랫폼의 스탠더드 상품을 묶은 상품 ▷디즈니+와 티빙만 이용하는 상품 등 2종이다.
3개 플랫폼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디즈니+·티빙·웨이브 번들' 요금제는 월 2만1천500원, '디즈니+·티빙 번들' 요금제는 월 1만8천원으로 구성했다. 각 플랫폼을 개별로 구독할 때마다 각각 최대 37%, 23% 구독료 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디즈니+는 스탠다드 멤버십 요금제로 월 9천900원, 티빙과 웨이브는 월 1만3천500원, 1만900원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디즈니+는 K-콘텐츠를 해외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창구 역할도 맡는다. 일본 디즈니+를 통해 '쓸쓸하고 찬란하神(신)-도깨비' '응답하라 1988' 등 CJ ENM 인기 시리즈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 등 60여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김소연 디즈니코리아 대표는 "이번 협력은 국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로컬 콘텐츠의 창의적 역량과 글로벌 시청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까지 강화한다"며 "한국 스트리밍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점유율 뒤집자" 기업결합 추진
이들 3사가 결합 요금제를 내놓은 건 OTT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가는 넷플릭스에 대항하고자 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국내 OTT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 디즈니+ 점유율을 다 합쳐도 넷플릭스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국내 OTT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특정 서비스를 1달간 이용한 사용자)는 넷플릭스가 1천504만명을 기록했고, 쿠팡플레이(795만명), 티빙(765만명), 웨이브(425만명), 디즈니+(261만명) 등이 뒤를 이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쿠팡플레이와 경쟁 중인 티빙은 웨이브와 통합을 추진하며 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티빙 모회사인 CJ ENM과 콘텐츠웨이브 모회사인 SK스퀘어는 지난 2023년 12월 티빙·웨이브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행 요금 수준을 내년 말까지 유지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얻었다.
양사는 디즈니+와 결합 요금제를 출시하기에 앞서 지난 6월 통합 요금제인 '더블 이용권'을 선보이며 시너지 영업을 본격화한 상황이다. CJ ENM 관계자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티빙과 웨이브는 현재 합병에 준하는 만큼 운영 시너지를 내고 있다"면서 "합병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합 서비스로 '록인 효과' 기대
배달·유통업계도 결합 상품을 확대 중이다. 배달의민족(배민)은 지난해 9월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을 선보인 이후 제휴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배민은 지난 9월 배민클럽과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합한 구독 상품을 출시했다. 알뜰배달에 한해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민클럽과 유튜브 콘텐츠를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도록 한 상품이다.
쿠팡이츠는 쿠팡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을 발판 삼아 성장세를 이어 왔다. 쿠팡은 멤버십 회원에게 쿠팡이츠 무료 배달과 쿠팡 새벽배송,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등 혜택을 제공한다.
이 같은 결합 상품은 고물가 시대 가성비 상품이 주목받으며 부쩍 늘어났다. 기업들은 상품을 회원제나 구독형으로 운영하면서 제공 서비스를 다양화하면 한 플랫폼을 장기간 이용하는 충성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특정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이른바 '록인(Lock-in·잠김) 효과'다.
편의점·홈쇼핑·슈퍼마켓을 아우르는 'GS 올(ALL) 멤버십'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은 통합 멤버십 출시 7개월 만에 록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GS리테일은 지난 2월 말 멤버십 출시 후 7개월간 멤버십 회원의 월평균 결제건수가 기존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적립한 포인트를 홈쇼핑이나 슈퍼마켓에서 사용하는 사례가 늘었고, 2개 이상 브랜드를 함께 이용하는 교차 구매도 증가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