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지음/ 스토리닷 펴냄
"바쁘게 가지 말자. 좀 쉬다가 가자. 꽃 볼 틈도 없이 바쁘면 이 삶이란 뭔가"
숲하루 작가가 3년 만에 신작 에세이 '작은삶'을 펴냈다. 저자는 '작은살림'이라는 삶의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연과 일상에서 건져낸 장면들을 여섯 개의 장에 담아냈다.
책은 풀꽃과 나무, 마당의 바람, 부엌의 손일, 시장과 마을길 등 저자의 하루를 이루는 요소들을 조심스레 따라간다. 저자는 작은 것에서 삶의 결을 발견해 왔으며, 사소한 몸짓 하나에도 마음의 흔적을 포착한다. 오랜 시간 살림과 가게 일을 겪어낸 시선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자연에 기대어 숨을 고르는 법을 들려준다.
각 장에는 계절의 결이 스며들어 있고 삶의 일들이 따뜻하게 묶여 있다. 살림의 손길이 이어지는 부엌에서는 어제의 마음을 씻어내고 오늘을 준비하는 작가의 태도가 드러나며, 이웃과 마주치는 순간에서도 오래된 생활의 감각이 묻어난다. 일상을 잇는 문장들은 단정하면서도 고요해 작은 순간들조차 의미를 품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저자가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 또한 소박하지만 깊다. 이 책은 삶을 지탱하는 것은 크고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결국 곁의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정서는 책 전반을 흐르는 따뜻한 온기를 만든다. 264쪽, 1만6천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