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묶어야돼 XX"… 병원 간병인 학대 정황에 가족 경찰 고소 검토

입력 2025-11-19 17:54:17 수정 2025-11-19 19: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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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환자 밀어내고 수차례 욕설 의혹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적용받지 않아… 관리·감독 곤란
간병협회에 조사 의뢰… 병원 "후속조치 약속"

18일 A씨는 침대와 벽 사이 좁은 공간으로 떨어져, 목과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정두나 기자.
18일 A씨는 침대와 벽 사이 좁은 공간으로 떨어져, 목과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정두나 기자.

뇌출혈로 병원 생활을 하는 환자가 간병인으로부터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폭언과 강압적인 처치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간병인은 의료인이 아니라 병원의 직접 개입이 어려워, 환자 가족들은 간병인에 대한 경찰 고소를 고심하고 있다.

대구 서구에 사는 A(55) 씨는 뇌출혈로 지난 7일 달서구 한 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왼쪽 신체에 마비가 온 상태로 재활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인지와 의사소통은 가능한 상태다.

문제는 입원한 지 사흘 만에 불거졌다. A씨 가족은 병원을 찾을 때마다 배변 실수를 이유로 하의를 무릎까지 내린 채 방치되거나 반찬과 죽을 한데 섞어 먹이는 등 간병 부실 정황이 반복됐다고 했다. 4명이 생활하는 A씨 병실에는 간병인 2명이 한명씩 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A씨 가족이 확보한 영상에는 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겼다. 영상에서 간병인들은 A씨를 향해 욕설과 함께 "기저귀를 벗어던지니 손을 묶자", "말을 안 듣거든 밤새 앉혀놔" 등 위협적인 발언을 했다. A씨 자세를 바꿀 때 발로 신체를 밀거나 강하게 당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A씨 가족들은 간병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A씨는 간병인이 있던 지난 18일 오전 4시쯤 침대와 벽 사이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타박상을 입고 정밀검사를 받았다.

병원 측은 직접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간병인은 의료인이 아니다 보니 관리감독 대상에서 벗어나 있고, 치료 시간이 아닐 때 발생한 일은 병원조차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구조여서다. 특히 A씨 병실은 자격을 갖춘 간호인력이 의료와 간병 업무를 맡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 아니어서 간병인 검증이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A씨 가족은 경찰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A씨 보호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면회가 제한돼 일반 병실로 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환자가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는데도 의지할 곳이 없어 답답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병원 측은 직접 조사 대신 간병협회에 조사를 의뢰하고, 후속 조치를 약속한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낙상 사고가 벌어진 후 간병인 근태와 업무수행에 문제가 있는지 즉시 파악하기로 했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간병인에 대한 조치와 낙상 사고에 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