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시] 숲하루 '쿠폰 오후'

입력 2025-12-0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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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꽃의 실험', 자연에세이집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2022 아르코 문학창작 발간 기금 수혜, 2023 아르코 문학 나눔 선정

숲하루 시인
숲하루 시인 '쿠폰 오후' 관련 이미지.

〈쿠폰 오후〉

다른 공간 같은 맛을 따라가니 떨어진 거리만큼

손안에 든 서울,

딸이 보낸 쿠폰 한 장 이곳 카페 오후를 데리고 앉았다

멀리서도 함께하면 힘을 내는

목소리가 들리는

마치 약속처럼 네가 고른 메뉴 그대로 시켰어

싱그러운 과일 한 접시 따뜻한 커피 샌드위치 하나

마음이 가까워지는

두 시로 흐르자 물결처럼 차오르는 사람들

책 한 권쯤 쏟아낸 낱낱 이야기가 귓가는

야릇한 주파수로 수런거렸지

때로는 광화문 문고리 소리로

때로는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로

끝내 말은 사라지고 소리만 남는

창문은 단단히 닫혀 있는데

그 많은 말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시끄러움 속 홀로 앉아 네가 보낸 쿠폰처럼

따뜻한 사랑 하나, 오래 담는다

숲하루 시인.
숲하루 시인.

〈시작노트〉

너무 애쓴 네 상처였어. 마음의 엇각이 탈진한 수모였지. 세계는 얼마나 부조리한지! 피부 같은 언어의 표면과 이면, 웅크려 우는 웃음을 찾아 주고 싶었어. 곁에 있는 것처럼, 거울로 보는 것처럼, 넘어진 네 그림자를 일으켜 세우고 싶었어. 쌍둥이처럼 다른 공간 같은 것이었어. 우울을 열고 들어온 문으로 밀어내 너를 단단하게 한 그날, 애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