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노총은 "야간노동은 2급 발암물질이다. 새벽배송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2급 발암물질'이란 국제암연구소에서 발표한 분류체계다. 겉으로 보기엔 1급 다음으로 위험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국제암연구소는 발암 요인을 등급으로 책정한 적이 없다. 1·2A·2B·3 등 '군'으로만 분류하고 위험도 평가도 없으며 규제나 법률 제정 권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가암정보센터 역시 '군'로 번역한다.
민노총이 오역을 고집하며 '2급 발암물질'이라고 외치는 이유는 새벽배송을 고위험 업무처럼 보이게 하려는 속내로 보인다. 문제는 민노총이 이런 논리를 고집하면 그 화살은 화물연대로 향한다는 점이다. 국제암연구소 문서를 보면 대표적 야간노동 직군으로 '장거리 화물트럭 운전자'를 제시하고 있어서다.
화물트럭 운전자는 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핵심 조합이다. 민노총이 구축한 '야간노동=2급 발암물질" 프레임을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다음 타깃은 화물연대라는 소리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내 화물트럭 운전자 76.3%가 "야간 운전을 자주 한다"고 답했고 75.6%는 "건강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호소했다.
재밌는 건 국제암연구소가 간호사 등 의료업무 종사자도 야간노동자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마도 보건의료노조 보다는 화물연대가 먼저 민노총의 타깃이 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가 국제암연구소 분류체계를 화물연대 보단 잘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민노총의 오역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 민노총이 가장 먼저 없애야 할 직업은 새벽배송업무이나 화물업무 같은 '2급 발암 요인'이 아닌 농업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땡볕 아래서 농사를 짓는 농부로 이뤄진 조직인데 민노총 표현대로라면 태양빛이 국제암연구소가 분류한 '1급 발암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농은 땡볕 아래서도 트랙터를 타고 서울까지 자주 진군하니 민노총이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사람들 아닌가 싶다.
새벽배송 노동자의 실제 목소리는 민노총 주장과 정반대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 설문에서 93%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했고 95%는 "조건만 개선되면 계속 야간배송을 하겠다"고 답했다. 70%는 "금지되면 다른 야간 일자리를 찾겠다"고 했다. 야간노동의 건강 문제는 중요한 논의 주제지만 왜곡된 번역과 과장된 유해성을 기반으로 하는 주장은 갈등만 키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실을 반영한 균형 있는 논의다.
배지환 국민의힘 수원특례시의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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