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팩트시트, '국익 확보'와 '양보 논란' 교차

입력 2025-11-16 16: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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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략자산 확보·동맹 강화 성과 강조…美, 산업·투자 이익 부각
관세 인하 실행 시점·핵잠 협의 조건 남아 실효성 논쟁 지속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최종 합의와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최종 합의와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이 14일 동시에 공개한 관세 관련 공동 팩트시트는 같은 합의를 담았지만, 핵심 문구와 강조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백악관은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표현하며 미국의 주도권을 강조했다. 이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실질적 이행과 권한 확보까지는 과제가 남는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농축 재처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과 협의해서 기존 협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후속 협의가 필요함을 인정했다. 현재 한미 원자력 협정상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거나 반입할 수 없다.

관세 분야에서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적용하던 25%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시행 시점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의약품 관세도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의 경우 "미국이 판단하기에 한국의 반도체 교역규모 이상의 반도체 교역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 합의에서 제공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명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사실상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게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한국은 조선 분야 1천500억달러, 전략적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따른 2천억달러 등 총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된 사업에만 투자하기로 했다"며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일각 불신이나 우려를 확실하게 불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축은 "미국이 승인한 조선 부문에 대한 1천500억달러의 한국 투자"라며 '승인'을 강조했다.

미국 조선소 건조와 관련해서도 표현 차이가 있다. 한국 팩트시트는 "한국 내에서의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해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함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은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 준비된 미군 군함의 수를 가능한 한 빠르게 증가시킬 것이며, 여기에는 한국 내 미국 선박의 잠재적 건조가 포함된다"고 표현했다. 순서를 바꿔 한국 내 건조를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제시했다.

안보 분야에서 한국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확대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25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주한미군을 위한 330억달러 상당의 포괄적 지원도 제공하기로 했다.

위 실장은 "직·간접 비용, 토지 등까지 계산한 것으로 최대 수치"라며 "새롭게 추가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비관세 장벽 해소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준수하는 미국 원산지 자동차 연간 5만대 상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식품 및 농산물 분야에서는 미국산 원예작물 요청을 전담하는 '미국 데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쌀·쇠고기 등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는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환시장 안정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합의했다. "한국은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미화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조달함으로써 시장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