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으로 사망한 주간 택배기사 36명, 야간기사 '2명'…민노총 '새벽배송 금지령'의 모순

입력 2025-11-14 17: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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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과로사 예방을 이유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금지하자고 나서 논란이 거세진 가운데, 최근 5년간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전체 사망자는 6000명이 넘지만 택배기사는 30여 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쿠팡의 새벽배송 시스템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택배기사 산재 사망자는 극소수이며 대부분 주간 시간대에 일한 기사로 파악된다.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등 건설·제조업계에서 사망사고가 빈번한데도, 정작 민주노총이 산업재해 사망자가 드문 택배업계만 문제 삼는 '이중잣대'를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 뇌심혈관 질환 등 전체 산업 질병 사망자만 6000명 넘어…택배기사는 극소수

14일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2020~2024년) 5년치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고·질병 사망자 1만479명 가운데 건설·제조·광업의 산재 사망은 7181명(69%)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10명 중 7명은 이 '3대 업종'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3대 업종에서 심혈관 질환·암·진폐 등으로 인한 질병 산재 사망자는 4260명으로 전체 질병 사망자(6256명)의 68%를 차지했다.

질병 사망자가 많은 업종은 광업이 5년 연속 1위였다. 매년 400여 명 이상이 숨졌고, 제조업(268~328명), 건설업(109~168명)이 매년 2·3위를 기록했다. 뇌심질환과 진폐는 5년간 질병 사망 원인의 70%를 차지했다.

정권이 바뀐 올해 역시 이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질병·사고 사망자는 112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고, 사고 사망은 건설업(189명·42.1%), 질병 사망은 광업이 213명(31.7%)으로 각각 1위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문제 삼고 있는 산재 승인 택배기사 질병 사망은 수년째 극소수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4년 6월까지 7년 반 동안 산재 승인을 받은 택배기사 질병 사망자는 36명(2020년~2024년 6월까지는 30명)이었다.

쿠팡로지스틱스(CLS) 소속 위탁 기사 2명의 사망 사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9월 사이 발생했다.

문제는 7년 반 동안 질병으로 숨진 배송기사 36명 모두가 주간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택배업체에서 일했다는 점이다. 경동택배(10명), CJ대한통운(8명), 로젠택배(4명), 우체국(2명), 한진·현대택배(각 2명) 등이며, 쿠팡·컬리 소속 사망자는 없었다.

이들 업체는 주간배송을 주력으로 하며 새벽배송 서비스가 전무했거나 소수 인원만 운영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수년간의 통계를 놓고 보면 '야간 새벽배송=질병 사망'이라는 인과관계는 전혀 없고, 오히려 과로사는 주간배송에서 많이 발생했다는 모순이 드러난다"며 "건설·제조업 등 타 산업에서 심혈관 질환 사망이 훨씬 많은데, '근로자 건강권'이 중요하다면 이 산업들도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민노총 '이중잣대' 비판 가열…비슷한 과로 사망에도 "폭염으로 추정"

최근 민주노총이 "죽음의 심야노동을 멈춰야 한다"고 성명을 반복할 때마다 여론에서는 "건설업과 제조업 산재 사망자가 훨씬 많다", "야간에 더 많은 택배기사가 과로사한다는 근거가 있느냐"는 반응이 이어진다.

이에 민주노총은 "새벽배송은 발암물질 2A 등급(국제암연구소)이다"라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야간노동'뿐 아니라 돼지고기·삼겹살 등 적색육, 65도 이상 음료도 2A 등급이며, 이보다 위험한 1급 발암물질로는 자외선(햇빛), 미세먼지, 가공육 등이 있다.

택배업계에서는 민주노총의 '이중잣대'가 유독 쿠팡에만 적용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재해 사망자가 많은 다른 업종에 대해서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때도 민주노총은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라"는 주장까지는 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현대자동차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을 때도 "정부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고, 올해 6명이 산재로 숨진 포스코이앤씨 역시 처벌 요구 선에서 그쳤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올여름 A택배사에서 택배기사 3명이 닷새 만에 사망했을 때 '뇌심혈관 질환이 있었지만 폭염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로사는 아니다'고 두둔한 반면, 비슷한 질병 사망 사건에서 쿠팡은 '과로사'라고 몰아세우며 이중잣대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민주노총이 '정치적 보복'을 위해 새벽배송 금지 주장을 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 직배송 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동조합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민노총은 노동자를 위해 새벽배송 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쿠팡노조가 민노총 소속일 때는 단 한 번도 이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며 "조합원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장을 노동조합이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쿠팡노조는 2023년 11월 "정치적 활동 강요를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조합원 93%의 찬성으로 민노총을 탈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