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박탈 감수성 판례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5-11-13 03: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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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은 '반중 시위'를 예로 들며 특정 국가와 국민을 모욕하면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양부남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 같은당 이광희·신정훈·박정현·윤건영·이상식·박균택·허성무·서영교·권칠승 의원과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특정 국민이나 인종 '전부'를 지칭하는 '집합명칭'은 명예훼손 성립이 안 되는 판례가 있어도 그런 건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조금 앞선 지난달 거주 이전의 자유가 사실상 사라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이라며 주택가격 급등세를 보이거나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포함됐다. 아파트를 사고 팔 때 지방자치단체에 허락을 받아야 하도록 바뀐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현직이던 시절부터 한국 사회 속 개인의 자유는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핑계로 확진자의 동선을 낱낱이 공개하기까지 했다. 공중보건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사생활은 무참히 노출됐고 일부는 신상털이와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자영업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오랜 기간 영업 자체를 하지 못했다. 거리두기 완화 이후에도 밤 9시 이후 영업금지와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자영업자는 통제하고 수십 명이 밀집된 대중교통은 손 안 대는 모순적인 정책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장이었던 경기도청은 권위주의적 통제의 극한을 보여줬다. 이 전 지사는 2020년 12월 경기대학교 기숙사를 코로나19 긴급병상으로 전환한다고 통보했다.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거처를 잃었다. 경기대는 사립대학이며 기숙사는 민간 위탁 운영 시설이었다. 정당한 계약관계에 있던 세입자가 아무런 협의 없이 쫓겨난 상황이었다.

한국 국민은 참 착했다. 묵묵히 방역 지침을 따랐고 오히려 정부의 방역 정책을 칭찬했다. 물론 다른 나라 정부도 방역을 이유로 이동 제한과 봉쇄, 백신 접종 의무화 등 강한 통제를 시행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유럽 전역에선 과도한 통제에 반발한 시민들이 '자유'를 외치며 거리에서 격렬히 저항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점점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든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는 사회가 돼 가고 있다. 국가는 늘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당선됐으니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오만에 개인의 자유는 점점 더 국영화 되고 있다.

자유라는 건 빼앗기면 되찾기 굉장히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지금 한국 사회가 자유를 강탈 당하면서도 강탈 피해조차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법의 판단에 모든 걸 맡겨 버리려는 법만능주의 나라가 됐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이 정도면 '성인지 감수성'처럼 '자유박탈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박힌 판례가 생겨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듯 싶다. 그런데 "판례 만들어 줄 사람 어디 없나"라는 문장이 먼저 떠오르는 걸 보니 나부터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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