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 오를 때 SK하이닉스 78% 폭등
주가 급등에 전문가들도 포트폴리오 구성 고심
증권가 목표주가 줄상향 속 AI 거품론 지속
엔비디아 3분기 실적·美 CPI 확인 필요
"올해 고객 계좌 수익률은 SK하이닉스가 있냐 없냐로 갈린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신고가를 경신하며 지붕을 뚫자 주식 투자 전문가인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반도체 쏠림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면서 포트폴리오 구성에 고심 중인 모습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60.86% 급등했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10.73% 급등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 지수가 19.90% 상승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무려 78.13% 치솟으면서 지수 수익률을 4배 가까이 상회했다. 이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고성능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특히 지난 11일 SK하이닉스는 장 중 6%대까지 상승폭을 확대, 주가가 64만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다만 최근 시장은 반도체 대형주의 가파른 상승랠리 속에 상대적 박탈감은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의 수익률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썩 좋지 못한 분위기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 잔고를 보유한 개인 고객 240만1502명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 손실 계좌는 131만2296개(54.6%)로 집계됐다. 수익 계좌는 108만9206개(45.4%)에 그쳤다. 손실 계좌의 총 손실액은 12조2154억원으로, 1인당 평균 931만원의 손해를 봤다.
SK하이닉스 보유 고객은 전체 고객의 불과 3.8% 정도인 9만2359명으로, 수익 금액 비중은 9.0%였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가파른 상승랠리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은 전문가들도 별반 다르지 않는 분위기다.
중소형사 한 PB는 "수익률을 보면 극단적 쏠림 현상이 시작된 듯하다. 상대적으로 못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종목들을 담았던 계좌의 수익률은 처참한 상태"라면서 "코스피 지수가 정부 비전대로 5000포인트를 간다에 무게를 둔다면 지금까지 못 오른 종목 중 지수를 이끌고 갈 종목을 고민하기보단 올라온 종목들의 비중을 태우는 게 유효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 언론사가 진행하는 유력 투자대회에서의 PB들의 처참한 수익률도 회자되고 있다. 4개월간 진행되는 이 대회의 참가팀 10개팀의 지난주 누적수익률은 -2.17%로, 일부 탈락자들마저 나오고 있다.
대형사 한 PB는 "그래도 회사 이름을 건 선수들이 출마하는 투자대회인데 수익률을 보면 불장이 맞나 싶다"면서 "다른 PB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SK하이닉스 보유 여부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은 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전문가들은 별로 먹은 게 없었던 지난 2023년 2차전지 열풍을 떠올려 본다면 이제라도 추격매수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시장이 흔들릴 때 추격 매수를 해야 할지, 관망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를 담고 있는 PB들은 이들대로 고민이 깊다. 주가가 역사적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적절한 차익실현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다.
또 다른 중소형사 PB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편"이라면서 "단기간에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판단에서 조정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지금 덜어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솔직히 반도체 종목들로 수익률을 높여줬어도 고객들 입장에선 PB의 역량이라고 보기 판단하기 쉽지 않은 장세"라고 전했다.
◆증권가 목표주가 줄상향 속 AI 거품론 제기 … 엔비디아 실적·CPI 확인해야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주가 전망을 밝게 점치고 있다. 3분기 호실적과 함께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증권사들이 제시한 SK하이닉스의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9조1449억원과 69조128억원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80조원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도 SK하이닉스를 놓고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목표가를 서둘러 높여잡고 있다. 지난 11일 메리츠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추정 실적 기준 PBR이 4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67만원에서 91만원으로 높였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리더십 유지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73만원으로 제시, 강세장 시나리오에선 85만원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일각에선 AI 거품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10월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며, AI 고점 우려를 재점화하고 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달 성장률(31.4%)에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지난해 2월(11.3%)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공매도로 유명해진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10일(현지시각) 빅테크들이 인위적으로 데이터센터의 내용연수(회계적 사용 기간)를 늘려 감가상각 비용을 왜곡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AI 반도체는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2~3년 단위로 교체가 필요한데도 하이퍼스케일러 업체들은 유효 수명을 최대 5~6년까지 연장, 감가상각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회계상 이익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19일(현지시각) 발표되는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과 앞으로 전망은 AI 거품론의 확산 여부를 판가름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14일 공개될 예정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확인해야 할 지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중단에 따라 미국 CPI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정상화되고, 오는 20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의 두 가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지표에 따른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판단과 엔비디아 실적 이후 AI 거품 논란 완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