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MBC 신사옥 앞에선 최근 프랜차이즈 기업을 겨냥해 '전문 시위꾼'을 계속 등장 시킨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 기자회견이 열렸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방송 출연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전가협은 이날도 가맹점주가 아닌 전문 시위꾼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번엔 이에 더해 '예산시장 피해상인'이라는 사람을 발언자로 섭외했다. 그런데 이 인물은 상인이 아니라 예산시장 현대화 사업 전 구(舊)시장을 주물렀던 '상인회 사무국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시장 현대화로 신(新)시장 내 영향력을 잃은 인물을 백종원 압박 시위에 섭외한 것이었다.
전가협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참여연대와 민변 소속 변호사,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 등과 함께 백 대표 방송 복귀 편성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MBC가 최근 백 대표 출연 예정인 '기후환경 프로젝트-남극의 셰프' 편성을 확정했는데 이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많은 논란에 휩싸인 백 대표가 방송으로 자칫 미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가협이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가협은 기자회견에 다양한 피해자를 발언자로 모았는데 예산시장 피해상인 자격으로 이상식 씨라는 사람도 섭외했다. 그런데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 씨는 상인이 아니라 더본코리아의 예산시장 현대화 사업 전 예산시장 상인회 사무국장을 맡으며 시장 상인을 상대로 각종 명목으로 '돈'을 걷던 사람이었다.
이 씨는 예산시장 현대화 전엔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예산시장이 현대화되며 젊은 상인과 외부인이 많이 모여 '상인회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힘을 잃었다.
이 씨가 돌파구로 찾은 것은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였다. 그는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도 아니고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을지로위 소속 박주민·김남근·김윤·민병덕·이강일 의원이 지난해 9월 주최한 더본코리아 브랜드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간담회에 참여했다. 더본코리아를 겨냥한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 간담회를 찾았던 그가 이번엔 전가협과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의 공동 기자회견에도 손을 뻗은 것이다.
다만 이 씨는 실제 집회에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전가협이 급작스레 발언자를 교체해서였다. 교체된 건 김남순 씨였다. 김 씨는 이 씨의 동거인으로 확인됐다.
김 씨의 발언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김 씨가 "나는 백종원 피해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마자 옆에서 맞불집회를 연 예산시장 진짜 상인들이 "당신이 무슨 피해를 봤냐"고 물어서였다.
김 씨는 우물쭈물 답을 하지 못했다. 전가협은 바로 기자회견을 중단 시키고 다음 발언자에게 서둘러 마이크를 넘겼다. 김 씨는 시위대 맨 뒷줄로 몸을 숨겼다.
매일신문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전가협에 "이 씨는 상인도 아닌데 애초 왜 피해 상인으로 섭외했는가" "발언자가 김 씨로 갑자기 교체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을 물었다. 전가협은 "인터뷰를 거부한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회견인데 왜 기자 질문을 안 받냐"고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시위 현장엔 송명순 전가협 공동의장도 있었다. 송 의장은 국회 토론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은퇴 뒤 프랜차이즈를 차렸는데 월 100만원 벌기도 어렵다"는 취지 발언을 계속 해온 사람이다. 그는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를 타고 다니며 나흘 전인 7일엔 서울 을지로에서 던킨도너츠 점주 자격으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 캠프에서 일했고 이번 국정감사 땐 프랜차이즈 불공정행위를 증언하겠다며 가맹점주 자격으로 이정문 민주당 의원의 참고인 호출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그가 가맹점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송 의장은 여러 차례 전화 인터뷰 요청을 거부해 온 사람이었다. 이날 매일신문은 송 의장에게 직접 다가가 "가맹점주가 아니면서 계속 전가협 활동을 하고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었다. 그는 답을 회피했고 전가협 측은 취재진을 막기만 했다.
전가협은 던킨도너츠 등 SPC 브랜드를 상대로 최근 활발한 압박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다. 지난해부턴 연돈 볼카츠 사태에 뛰어들며 더본코리아 압박에 나서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담당 일진'으로 불린다. 전가협은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 운영사를, 가맹점주 노조화를 방해한다며 BBQ와 BHC를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맞불집회를 열었던 예산시장 상인들은 "예산시장은 처음엔 백 대표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관광지처럼 자리 잡았다. 저 사람들만 아니면 예산시장은 백 대표와 관련이 없다. 예산시장이 부정적으로 비춰질 때마다 묵묵히 장사하는 상인들만 피해를 본다"고 했다.
예산시장 상인들과 함께 맞불집회에 참여한 홍콩반점점주협의회장은 "전가협은 왜 연돈볼카츠 점주 5명 말만 듣나. 저들 때문에 3천여 명의 더본코리아 점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왜 다수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소수 점주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부정적 내용이 보도되면 매출이 체감상 25~30%가량 감소한다. 오죽하면 장사하다가 뛰어 나왔겠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