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투입 경찰관 푸대접 논란 '노숙 수준' vs '객실 마련'

입력 2025-11-11 17:34:01 수정 2025-11-11 19: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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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에 동원된 경찰관이 열악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APEC에 동원된 경찰관이 열악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지난 1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경주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들이 처우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규모 경력이 투입된 가운데 숙박·식사 등 기본적인 복지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노숙 수준의 근무환경이었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지난 10일 당시 현장 경찰관들의 실태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박스를 이불 삼아 바닥에서 쪽잠을 자거나, 영화관 스크린 앞에 모포 한 장만 깔고 단체로 잠을 청하는 장면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일부는 낡은 모텔이나 산속 여관에서 숙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도시락을 받지 못해 사비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추운 날씨에 찬밥을 먹었다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또 제시간에 식사를 하지 못하고 점심을 오후 6시에 해결했다거나, 소비기한이 지난 간식을 받았다는 글들도 볼 수 있었다.

직협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경찰청,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1년간 준비한 세계적 행사에 동원된 경찰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복지를 알리겠다"며 경찰 지휘부 대상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 사과, 재발장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청은 11일 해명에 나섰다. 사진에 나온 영화관은 리클라이너 좌석 138석을 포함해 총 630석 규모였다. 영화관 로비 등에는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등이 마련됐다. 또 이번 APEC 기간 경주에만 하루 최대 1만8천6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했고, 1만개 객실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설명 자료를 통해 "해당 사진(스크린 앞 모포)은 2시간 근무 후 4시간 대기하도록 마련된 공간의 모습"이라며 "실내 대기 인원과 버스 대기자를 위해 담요 1만566개를 보급하고, 대기 시설에 간이침대 536개를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영화관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한 경찰 관계자는 "영화관을 비롯해 버스 등 다양한 대기 장소가 있긴 했다. 영화관에 리클라이너 의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다수 인원이 영화관 쪽으로 집중돼 그런 장면이 연출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숙소가 열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했다. 경북경찰청은 "시설이 한정된 상황에서 APEC 기간 다수 인파가 몰리며 숙소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포항, 울산, 대구 등 인근 지역까지 숙소를 마련했지만, 전량을 쾌적한 수준으로 확보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이와 관련해 "실제 APEC 현장에서 일부 경찰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게 돼 불편을 겪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