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도서 공항, 공정률 70% 돌파… 세계 최초 케이슨 공법 적용
활주로 이탈방지·계기착륙장치 도입으로 결항률 대폭 감소 기대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10시간 가까이 걸리는 여정이 1시간으로 단축된다. 평균 수심 23m의 동해를 메워 만든 울릉공항이 제 모습을 드러내며 '국내 첫 도서 공항'으로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20년 착공 이후 5년 만에 공정률 70%를 넘어섰고, 2027년 말 준공 후 2028년 상반기 개항이 목표다.
◆바다를 메워 짓는 국내 최초 '해상공항'
6일 찾은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항 일대 울릉공항 건설 현장. 40t(톤)급 험지용 덤프트럭 수십 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쉼 없이 오갔다. 굴착기가 암반을 깨부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김현기 울릉공항 건설사업관리단장은 "하루 4만t가량의 토사를 가두봉에서 깎아내 바다에 투입하고 있다"며 "3단계 매립이 끝나면 울릉공항 부지 마련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울릉공항은 울릉 사동항 일대에 들어서는 43만455㎡(약 13만평) 규모 소형 공항이다. 길이 1천200m의 활주로 1기와 길이 1천320m의 착륙대 1기, 계류장과 여객터미널 등 부대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총 사업비 8천792억원이 투입돼 2020년 11월 착공했다. DL이앤씨 컨소시엄이 설계와 시공을, 한국종합기술 컨소시엄이 건설사업관리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은 68.7%다. 올해 말까지 70%를 돌파한다는 목표다.
애초 2025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자재 수급난, 기상 악화, 안전 확보 등 복합적 문제로 2027년 말로 2년여 미뤄졌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까지 공정률 70.4%, 내년 말까지 85%를 달성하고 2027년 말 공사를 마무리한 뒤 시범운행 등을 거쳐 2028년 상반기 정식 개항한다는 방침이다.
울릉공항은 바다를 메워 만드는 해상공항이다. 평균 수심 23m, 최대 31m에 달하는 바다를 매립하는 것이 핵심 공정이다. 90만㎡ 규모의 1단계 매립은 2023년 10월, 310만㎡ 규모의 2단계 작업은 지난 7월 각각 끝났다. 현재는 451만㎡ 규모의 3단계 매립을 진행하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 마무리된다는 설명이다.
해상 매립에 필요한 토사는 인근 가두봉에서 확보했다. 해발 198m였던 가두봉은 현재 82m까지 낮아졌으며, 최종적으로는 활주로 높이(약 23m)에 맞춰 평탄하게 다듬어진다.
울릉공항은 '최초의 케이슨 공법 도입 공항'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쥔다. 케이슨은 바다에 가라앉혀 방파제 역할을 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울릉공항에는 높이 28m, 무게 1만6천t짜리 케이슨(아파트 12층, 3개 동 규모) 30함이 일렬로 설치됐다. 특히 DL이앤씨는 벌집 구조를 본뜬 '파력 분산형 케이슨'을 도입했다. 격자 구조에 생기는 공간이 파도의 충격을 분산하는 효과를 낸다. 케이슨을 곡선으로 설계해 파도에 대한 저항성을 더욱 높인 것도 특징이다. 200년 빈도의 파고(22.6m)에도 견딜 수 있는 내수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김 단장은 "주로 항만 공사에 쓰이는 케이슨을 공항 건설에 적용한 것은 전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스마트·친환경 공항으로 조성…EMAS·ILS 도입
내년 초부터는 한국공항공사가 여객터미널 공사를 시작한다. 울릉도·독도의 지형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지붕에 울릉도 전통 가옥 우데기의 외벽 디자인 등을 반영한다.
류종석 한국공항공사 신공항건설2부장은 "셀프 체크인, 바이오 신분 검사대 등 탑승 수속 자동화 시스템과 공항 통합 감시 운영을 통해 스마트 공항을 구현하고, 전기차 충전 시설, 태양광 발전 시설 등을 구축해 친환경 공항으로 거듭나게 된다"고 말했다.
안전 강화를 위해 국토부와 DL이앤씨는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EMAS)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항공안전 혁신 방안'에 따라 종단안전구역 확보가 어려운 공항은 EMAS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 울릉공항은 활주로 양쪽 끝 종단안전구역에 길이 40m, 폭 38m의 EMAS를 설치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40m의 EMAS가 종단안전구역 90m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운항 안전을 높이고 결항률을 낮추기 위해 시계비행 공항이지만 계기착륙장치(ILS)와 진입등 등 항행안전·등화시설 설치를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결항률을 시계비행 시 26%에서 최소 6.77%로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릉항의 연평균 선박 결항률 22.1%의 3분의 1 미만 수준이다.
개항 후에는 전국 어디서나 울릉을 1시간대로 오갈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울릉까지 기차와 배로 최소 7시간에서 최대 12시간이 걸리지만, 공항이 개항하면 말 그대로 '획기적'인 교통 혁명이 일어난다. 항공기는 국내 소형항공사에서 운항 경험이 있는 ATR 기종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신생항공사인 섬에어 등과 ATR-72 항공기 9대를 계약했으며 2027년까지 총 11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대 72석 규모의 항공기가 취항할 예정이다.
정부는 울릉공항 건설로 약 9천8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천6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발생하고 6천900여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도내 관광사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울릉군은 이를 대비해 교통과 숙박 등 관련 인프라 확충과 함께 신규 관광 코스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