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중 배터리에서 프로 동기로 재회
이호범, "원태인, 이호성 선배 인상적"
이서준, "강민호 선배님처럼 되고파"
"둘이 1군 무대에서 던지고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중학교 때처럼."
투수와 포수를 묶어 '배터리'라 한다. 때로 투수들은 담당 포수를 '마누라'라 부른다. 포수와 호흡을 잘 맞출 때 비로소 멋진 투구가 완성된다. '신인 배터리'인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이호범과 포수 이서준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함께 땀을 쏟고 있다.
서울고 출신 이호범은 2026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뛰어난 체격 조건(키 190㎝, 몸무게 95㎏)에 시속 150㎞를 넘나드는 공을 던지는 정통파 오른손 기대주. 옛 삼성 에이스 배영수(SSG 랜더스 코치)를 닮았다 해서 시선을 끌기도 했다.
포수 이서준은 성남고 출신. 공격력이 좋은 포수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호범과 친한지 물으니 "우리 둘은 성남중 동기"라며 웃는다. 다른 고교에 진학했는데 프로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한때 동료에서 적으로, 이제 다시 동료가 된 셈. 인연이 참 길다.
이서준은 "중학교 시절 호범이 공을 받았을 때도 빠르다고 느꼈다. 좋은 투수였다"며 "고교 3학년 때 상대로 만났는데 첫 타석에선 볼넷을 얻었다. 피한다는 느낌(웃음)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 타석에선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공에 힘이 있었다"고 했다.
삼성이 이번에 상위 지명한 신인 11명 가운데 9명이 투수다. 이서준에게 이 중 가장 인상적인 투수를 물으니 바로 이호범을 꼽았다. 그는 "이곳에 와서 다시 공을 받아보니 포수 미트가 밀렸다. 신인 1라운더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친구를 치켜세웠다.
삼성은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한 팀. 이들도 그걸 피부로 느낀다. 이서준은 "훈련량이 많아 깜짝 놀랐다. 채상병, 박한이 코치님이 옆에 딱 붙어 가르쳐주신다"고 했다. 이호범은 "세밀한 부분을 강조한다. 어떤 느낌으로 던질지 잘 생각하고 던지라고 하신다"고 했다.
삼성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맹위를 떨쳤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긴 했으나 가을 야구만 11경기를 치르며 선전했다. 이들도 그걸 지켜봤다. 이호범은 "나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경기를 다 봤다. 뜨겁고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이서준이 본받고 싶은 선수는 삼성의 베테랑 포수 강민호. 불혹 나이에도 현역이자 주전이다. 이서준은 "강민호 선배님은 포스트시즌 11경기 모두 뛰었다. 힘들텐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도 몸을 잘 만들어 오래 뛰고 싶다"고 했다.
이서준은 이곳에서 송구과 타격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포수는 송구 동작이 짧고 빨라야 한다. 팔이 돌아나오는 경향이 있다는 게 채 코치의 지적. 팔을 바짝 올려 강하고 정확히 던지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타격 때는 박 코치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리는 문제를 수정하고 있다.
각오도 남다르다. 이호범은 "첫 해부터 1군에 가서 가능성을 보이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서준은 "내년 시즌 빨리 1군에 올라와 얼굴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