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국에 GPU 26만 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우리의 '그림'이 과제로 떠올랐다.
엔비디아가 공급할 GPU 모델은 대규모 AI 학습 및 실시간 추론 용도로 음악·영상·3D 등 생성형 AI, 자율주행·로보틱스·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제조·물류 분야에서는 AI 기반 공정 최적화·결함 검출·로봇 제어 등에 활용할 수 있고, 기상 예측, 신약 개발, 에너지 탐사를 비롯해 국방·우주 연구 등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AI용 GPU는 약 4만5천~6만 장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번 공급 약속으로 30만 장 이상의 인프라를 갖추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 AI 허브'를 목표로 한다. 이번 엔비디아의 GPU 우선 공급으로 우리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GPU만 확보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센터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엔비디아 GPU 1개당 소비전력은 1.4㎾ 전후로 추산(推算)되는데, 26만 장을 가동하려면 총 약 364㎿가 필요하다. 여기에 GPU 데이터센터를 가동하자면 엄청난 전력이 필수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모호한 원전 정책이 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허약한 인재 양성·기술 생태계도 문제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跳躍)을 목표로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가 부족해 AI 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AI 인력 양성과 산업 규제 개선, 첨단 분야 연구 근무 시간 제한 완화 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AI 인프라가 반도체·자동차 등 특정 대기업에 집중(集中)되지 않고 중견·중소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까지 바닥 면적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GPU 대규모 확보를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체질과 바탕을 바꾸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