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살려뒀을까…", 연쇄 살인범 이춘재 전처 31년만의 진술

입력 2025-11-03 09: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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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실체는 경찰이 첫 사건 발생 33년 만에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재를 특정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보관 증거물에서 DNA를 새롭게 추출한 뒤 수형자 DNA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사건을 해결했다. 이춘재는 화성에서 발생한 미제 살인 사건 등 총 14건과 성범죄 30여건을 자백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006년 만료돼 처벌은 불가능하다. 사진(왼쪽부터)은 5차 살인사건 당시 수사하는 경찰과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연합뉴스

경기 화성에서 잇따라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의 전처가 31년 만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괴물의 시간' 2부에서 이춘재의 전 아내 이모씨가 지난 시간을 증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이춘재는 처제를 성폭행·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2019년에 화성 연쇄 살인의 진범으로 특정됐다. '살인의 추억' 영화의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뻔 했던 것이 이춘재로 범인이 특정 됐다.

전처 이씨는 방송에서 "제가 억울한 것도 있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다"며 "그런다고 죽은 동생이 살아나지도 않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도 나를 원망한다"며 "나보고 '네가 그 사람(이춘재)을 만나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도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예쁘게 살았을 것 같다"며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 그런 사람을 만난 제 잘못일 것"이라고 자신을 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춘재와의 만남은 이씨가 건설회사에서 일할 때 시작됐다고 전했다.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이춘재가 먼저 이씨에게 만남을 제의했다고 했다.

이씨는 "그때 '남자가 참 손이 곱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빠 보이는 면이 별로 없었다. 그때가 출소하고 얼마 뒤라는 걸 전혀 몰랐다"고 했다.

또 하루는 이웃집에서 사람이 죽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시체가 실려 나가는 모습을 함께 본 이춘재는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건의 범인은 이춘재 본인이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춘재가 한 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말문이 턱 막혔다. '나는 왜 살려뒀을까, 나는 왜 안 죽였을까' 생각했다"며 "경찰이 '아이 엄마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이를 임신한 이씨는 시부모와 함께 화성에서 살았다고 했다. 이춘재는 지방에서 일하느라 집을 비우는 때가 많았는 데 집에 왕래는 적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그 사람은 집에 잘 오지도 않았고 어쩌다 올 때도 빈손이었다"며 "제가 산부인과에 가야 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꼭 시어머니 계좌로만 송금했다. 살가웠던 기억 자체가 없다"고 했다.

이씨는 "그 사람 루틴이 있는데, 저는 그거에 맞춰 움직였다"며 "루틴이 어긋나거나 뜻대로 안 되면 저한테 그냥 화풀이했다. 눈빛이 돌변하는 순간이 있다. 지금도 소름이 끼치는데, 그러면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이씨는 또 "(이춘재가) 이유 없이 저를 때리고 있었는데 아이가 자다 깨서 기저귀 바람으로 나왔다. 그 사람이 쳐서 아기가 떼굴떼굴 굴렀다"며 "그걸 보고 어떤 엄마가 가만히 있나. 대들다가 주먹을 정면으로 맞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병 주고 약 주더라. 멍 빨리 없어진다고 그 사람이 약도 사다 줬다"고 했다.

이춘재는 2019년 이뤄진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1986년 9월~1994년 4월까지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 사건과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 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 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 사건 등 4건의 살인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 밖에도 9건의 성범죄·강도 사건 등을 벌였다고 털어놨다. 이춘재가 자백한 23건의 사건은 모두 혐의가 인정되나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 명백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