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도시의 기적, 세계가 주목한 협력의 무대
'경주선언' 채택·경제 세일즈 성과로 지역외교 새 모델 제시
3년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경주에 유치하겠다'고 나섰을 때, 모두가 의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구 26만명에 불과한 지방 소도시인 경북 경주가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을, 20년 전 정상회의 개최 경험이 있었던 부산을, 또 제주를 이길 것이라곤 아무도 믿지 않았다.
'가장 한국다운 도시'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는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는 상황 속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협력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유치 당시,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1천500년 만에 경주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라는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의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 도지사에게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과와 앞으로 포스트 APEC 기념 사업을 위한 과제를 들어봤다.
-APEC 경주 개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면?
▶이번 APEC 정상회의는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중, 한·일, 한·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며 세계의 이목을 경주로 집중시켰다. '경주선언' 채택은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역사적 순간이라는 의의가 있다. 단순한 회의 결과를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협력의 약속으로 여겨지는 경주선언은 APEC의 핵심가치인 '연결·혁신·번영'을 토대로 AI 협력, 인구변화 대응, 포용적 성장 등 시대적 과제를 담아냈다.
정상회의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21개 회원국 대부분이 참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인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를 통해 경주를 세계에 알리고, 경북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의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했고, 16년 만에 경주를 다시 찾은 시 주석은 경주를 훨씬 발전한 곳, 품격 있게 가꿔진 곳이라 칭찬했다.
-한·미, 한·일, 한·중, 미·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많았다. 대한민국과 경북도의 외교적 성과를 평가한다면?
▶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일·한중 정상회담까지 모두 경주에서 개최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다. 한·미 정상회담은 관세협상 타결과 함께 양국 간 신뢰와 협력을 더욱 굳건히 하고, 미래지향적 한미 동맹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관세 협상 타결뿐 아니라 핵추진 잠수함 도입 승인까지 도출된 것은 외교, 안보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경북도도 세계 CEO들과 한자리에 모여 경북과 세계 산업계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 정상과의 만남에서는 '새마을정신'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로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주석의 얼굴을 입힌 달항아리와 한복도 선물하며 우정과 협력의 의미를 더했다.
-경제 APEC, 역대 최대 규모의 세일즈 경북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해왔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APEC 자체가 경제협력 회의체이기 때문에 '공동 번영'이 가장 큰 목적이 있다. 경주 APEC에서도 그 취지를 살려 경상북도와 대한민국의 경제적 잠재력을 알리는 경제전시장을 운영했고, 주요 대기업들도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은 3단 접이식 스마트폰을 처음 공개했고, LG·현대·SK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앞다퉈 혁신 제품을 전시해 큰 관심을 모았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기업인들과 바이어들의 기대감이 매우 컸다.
경북 기업들도 53개 업체가 참여해 자사 기술과 제품을 직접 소개했다. 외국 바이어들과 글로벌 대기업 관계자들이 현장을 돌아보며 "경북에 투자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례도 있었고, 수출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렸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번 APEC은 경제 회의체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동시에 경주와 경상북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경제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APEC 성공개최에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낸 시도민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사 준비, 진행 과정에서도 시민 협조는 큰 힘이었다. 교통 통제와 행사장 주변 관리에 적극 참여했고, 일부 음식점의 영업에 불편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참고 협조해 주셨다. 시민들의 이러한 자발적 참여가 없었다면 이번 행사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중앙부처, 국회, 지방 공직자의 헌신적 노력과 대통령경호처를 비롯해 경찰·해경·소방·군의 교통과 안전 관리 등 모든 관계 기관의 협력이 함께 어우러졌다. 한두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전 시민과 관계 공무원이 함께 뛴 자발적 협조 덕분에 이번 APEC을 대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미소와 친절로 보여주신 시도민들의 환대는 경주를 찾은 손님들에게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기억되게 했다.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단과 외국인 유학생 봉사단, 경주시민과 도민 여러분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