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무기화' 세계가 속수무책

입력 2025-11-02 16:24:47 수정 2025-11-02 19: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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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심리 압박 수단으로 관세 남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별한 사안'에 제한적으로 쓰이던 관세를 외교와 정치의 만능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세계 주요 교역국들이 깊은 고민에 빠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단순히 무역 불균형 조정이나 자국 산업 보호 수단으로 쓰는 수준을 넘어, 외교적 불만이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압박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동맹국들조차 이런 방식의 '관세 외교'에 대응책을 찾지 못해 궁지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관세 전략이 동맹국들을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관세 반대' TV 광고를 문제 삼아 10% 관세 인상을 선언한 사례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상대를 압박하는 정치·심리적 무기로 관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인도, 브라질,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에 정치적 이유로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한다는 이유로 50% 관세를 맞았다. 이는 러시아의 전쟁자금 차단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미·인도 무역 문제와는 무관했다. 브라질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 문제를 계기로 50% 관세를 부과받았다. 콜롬비아는 마약 단속 비판 이후 원조 중단과 관세 인상 위협을, 남아공은 토지 개혁 문제로 관세 보복을 당했다.

CNN은 이 같은 사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불쾌감을 느낄 때마다 보복 관세를 가하는 불확실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국들은 단순한 무역 조건 외에도 미국 대통령의 심리적 변수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이런 압박에 실질적으로 맞서 성과를 거둔 나라는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활용해 지난 1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일부 관세 인하를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국제무대의 '도깨비방망이'처럼 휘둘러 자국 이익을 관철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연설에서 "관세 덕분에 동맹이 강화되고 세계 평화가 온다"고 주장했다.

CNN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대법원이 이를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관세 무기화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하급심 두 곳은 해당 관세가 법적 근거를 벗어났다고 판결한 상태이며, 대법원 심리가 이번 주 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