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시] 문성희 '백두옹(白頭翁) 사랑'

입력 2025-11-1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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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국시학' 등단…시집 '가슴에 묻어둔 침묵' '가슴에 묻어둔 외침' 외
대구 시인협회 회원…죽순 문학회장

문성희 시인
문성희 시인 '백두옹(白頭翁) 사랑' 관련 사진

〈백두옹(白頭翁) 사랑〉

깊고 깊은 침묵

뿌리 깊은

겨울의 고요

뚫고 피워 올린

보랏빛 할미꽃

허리 숙이고

숨죽이며 산 세월

지는 순간

머리에 피는 하얀 꽃

지난 시간 말하지 않아도

흰 머리카락의 흩날림만으로

할미꽃을 그리는

백두옹 사랑

문성희 시인
문성희 시인

<시작 노트>

흰 깃털로 덮인 열매의 모양이 할머니의 하얗게 센 머리를 닮았다 하여 할미꽃을 한자어로 백두옹이라 한다. 이 시에서는 할머니를 사랑한 흰머리를 가진 할아버지로 표현하였다. 요양원을 운영하며 모시고 있는 많은 어르신들을 본다. 지나온 인생 여정에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지금은 허리가 굽고 머리는 백발이지만 한때는 서로가 서로에게 튼튼한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 지난 지금은 열매에 달린 깃털처럼 가벼운 백발만이 자신의 경험과 추억들을 말 없는 언어의 품을 빌려 말하고 있다. 말 없는 말을 통해 자신의 소중했던 시간들을 말한다. 이 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이자 곧 다가올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