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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케이블 채널 코미디센트럴의 대표 정치풍자 프로그램 '더 데일리 쇼' 진행자 데시 리딕은 29일(현지시간) 방송에서 해당 선물을 거론하며 "황금 왕관! 우리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정말 사랑스럽고 사려 깊은 선물이네요"라고 했다. 그는 곧바로 카메라를 향해 "한국,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한 뒤 본격적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리딕은 "한국, XX 대체 뭐하는 거냐"며 "우리는 지금 대통령이 '왕 놀이'에 빠지지 않게 하느라 애쓰고 있는데, 당신들이 와서 '이 멋진 왕관 좀 써 보세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보통 나라들처럼 돈다발이나 건네라"며 "제발 그렇게 분위기 좀 망치지 말아라"고 말해 방청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해당 멘트는 일부 비속어가 포함돼 방송에서 '삐' 처리됐다.
풍자는 이 프로그램에만 그치지 않았다. CBS의 '더 레이트 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한국인들은 트럼프에게 부족한 단 한 가지, 큰 황금빛 왕관을 줬다"며 "그야말로 트럼프를 '버거킹'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NBC의 '레이트 나잇 위드 세스 마이어스'에서는 세스 마이어스가 "그거 압니까? 카메라가 없어지자마자 트럼프가 '그거 써도 되냐'고 물어봤다던데"라고 했다.
ABC '지미 키멀 라이브'의 진행자 지미 키멀도 풍자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을 쓰고 있는 합성 이미지를 방송 화면에 띄운 뒤 "수백만 명이 '노 킹스' 시위를 하는 걸 보고 (한국 정부가 금관 선물을) 생각해 낸 게 아닐까"라며 "선물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네, '왕관을 주자'는"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다루기 쉽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다. 아이들에게 포켓몬 카드를 주며 달래는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마지막엔 "(트럼프가) 그냥 그곳에서 한국 왕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스튜디오에 웃음이 퍼졌다.
 
                    온라인에서도 왕관을 쓴 트럼프는 일종의 '밈(Meme)'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트위터 등 SNS에는 트럼프가 신라 금관을 쓰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춤을 추는 인공지능(AI) 합성 영상이 퍼지고 있다. 영상 속에서 트럼프는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금관을 착용한 채 웃으며 춤을 추고,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은 이를 바라보며 박수를 친다. 왕관을 쓰고 왕좌에 오른 트럼프 합성 사진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국빈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을 받고 "이 금관은 정말 특별하다"며 "무궁화대훈장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지금 바로 착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궁화대훈장과 금관을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실어 귀국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들은 이 선물의 시기와 상징성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금관은 10세기까지 한반도를 지배하고 경주를 수도로 삼았던 신라 왕국의 유물을 복제한 것으로, 왕권을 상징하는 금관이 미국 전역에서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한창인 시점에 전달됐다"며 "권위주의적 통치 비판을 받는 트럼프가 '왕관'을 받는 장면은 상징적 역설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미국에선 왕이 없다고 외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관료들은 군주를 사랑하는 권력자를 위해 복제 황금 왕관을 준비했다" 전했다.
CNN은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금 사랑(gold obsession)을 적극 활용했다"며 "한국이 트럼프의 미적 취향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한국의 금관 선물은 그에게 완벽한 맞춤형"이라고 했다.
영국 타블로이드 더 미러는 보디랭귀지 전문가 주디 제임스를 인용해 트럼프의 반응을 분석했다. 제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금관을 받은 직후 눈을 떼지 못했고, 마치 황홀경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며 "넋을 잃은 듯 바라보는 모습은 미래를 상상하는 상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트럼프의 표정과 몸짓을 두고 "입술은 다물려 있지만 몸을 좌우로 약간 회전시키는 제스처를 보였는데, 이는 억눌린 즐거움과 흥분을 나타내는 신체 신호"라며 그의 억눌린 기쁨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