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購讀)은 책, 신문, 잡지 등 정기 간행물을 일정 기간 구입해 읽는다는 의미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구독은 극히 일부가 됐고 대부분 온라인 콘텐츠나 배송(配送)·관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한다는 뜻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하나둘 신청한 구독 서비스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지경이다. 1만원 안팎의 구독 서비스를 서너 개만 이용해도 매월 5만원 정도 지출한다. 굳이 필요할까 싶어 해지하려 해도 딱히 어떤 서비스를 끊을지 애매한 데다, 신청 때와 달리 스마트폰에서 해지(解止) 버튼을 찾기조차 힘들다. 올 초 성인 1천 명 대상의 한 조사에 따르면, 95%가량이 구독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고, 40%가량은 3~4개 서비스를 이용했다. 7개 이상 이용자도 10%에 육박했다. 월간 구독료로 10만원 이상 지출한다는 응답자는 4명 중 1명꼴이나 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 사용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1천300만 명, 쿠팡 유료 회원은 1천500만 명, 배달의민족은 6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업체들이 가입자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서 대부분 추정치다.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네이버 유료 회원도 1천만 명, 유튜브 유료 이용자도 7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구독료 부담이 크다 보니 요금이 싼 외국 계정(計定)으로 우회해 가입하거나 한 계정을 여러 명이 공동 구매하는 방식도 있지만 업체와의 숨바꼭질에서 늘 가입자는 지게 마련이다. 대안처럼 등장한 것이 광고형 요금제다. 애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광고 없이 콘텐츠만 보는 대가로 돈을 받는데, 광고를 보는 대신 요금을 깎아 주는 방식이다. 가입자 폭증으로 OTT 광고 시장이 새로 뜬다. 돈 내고 광고 보는 세상이다.
인공지능(AI) 구독도 있다. 맛보기 무료 이용이 많지만 전문가용은 월 수십만원씩 부담해야 한다. 인건비보다 훨씬 싸다며 일반 사무직원을 뽑는 대신 4, 5가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컴퓨터로 업무를 해결하려면 AI 구독은 필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AI 업체에 상납(上納)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신문, 우유 사절(謝絕)과 달리 미래 구독 서비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자기 의지로 끊어 낼 수 없는 상황을 흔히 종속 또는 속박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