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기 비용 수억원 '꿀꺽'한 대구 법무사 사무실…피해 일파만파

입력 2025-10-28 17:12:07 수정 2025-10-28 18:20:48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입주협 "등기 비용 미환급 금액 12억 추정"
수성구 법무사 사무실 돌연 잠적…사무장 횡령 실토

28일 찾은 대구 수성구 소재 한 법무사 사무실. 초인종을 눌러봐도 응답이 없고, 불이 꺼져 있는 상태였다. 현관문에는 10월 27일에 우편물이 도착했으나 부재중인 관계로 우편물을 직접 수령해야 하다는 문구가 적힌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있다. 김유진 기자
28일 찾은 대구 수성구 소재 한 법무사 사무실. 초인종을 눌러봐도 응답이 없고, 불이 꺼져 있는 상태였다. 현관문에는 10월 27일에 우편물이 도착했으나 부재중인 관계로 우편물을 직접 수령해야 하다는 문구가 적힌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있다. 김유진 기자

대구의 한 법무사 사무실에서 부산 지역 대단지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비용 환급액 10억원 이상 횡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의 등기 비용이 입금된 통장 잔액도 바닥나면서, 수백 가구가 잔금 환급을 받지 못한 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8일 부산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이하 입주협)에 따르면 등기 업무 위탁을 맺은 대구 수성구 소재 A법무사 사무실로부터 잔액을 수개월째 환급받지 못하고 있다. 등기 절차는 지난 8월 초쯤 마무리됐지만, A법무사 측은 추석 연휴가 지나면 등기 비용 잔액을 환급을 해주겠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입주협이 지난 22일 A법무사 사무실을 직접 찾은 결과, 입주예정자들의 등기 비용이 입금된 통장의 잔액은 '0원'이었다.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A법무사 사무실 소속 B사무장이 등기 비용 중 8억5천만원을 본인의 대출금과 생활비 등 목적으로 횡령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현재 등기 비용 잔액을 환급을 받지 못한 피해 가구는 700여 가구로, 미환급 금액만 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아파트 등 부동산을 신규 취득하면서 잔금 대출을 받는 경우 대부분 은행에서 지정한 법무사가 등기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입주협에 따르면 이번 사건 역시 이 같은 경로로 A법무사와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민들은 A법무사의 업무처리가 처음부터 의아했다는 입장이다. 입주협에 따르면 A법무사 측은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을 위해 부담해야 할 국민주택채권 매입비용을 당시 최고요율로 책정해 과다 청구했다. 또 재개발 단지라 등기가 되려면 1년 이상의 기간이 남았는데도 일괄적으로 선입금을 하라고 안내했다.

입주민 이모(35)씨는 "등기 비용으로 640만원 가량을 입금했고, 이제 200만원이 환급돼야 하는데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민 진모(37)씨는 "처음부터 최고요율을 책정하길래 수상했는데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인 청년들이 많아서 원래 관행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넘긴 경우도 많았다. 법무사 선정 경위도 문제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A법무사 사무실은 입주협에 빠른 시일 내로 잔금을 환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상 업체 정보가 삭제되고 사무실도 불이 꺼져 있는 등 사실상 폐업 상태다.

입주협 관계자는 "다음달 2일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한 뒤 A법무사 사무실을 상대로 횡령 등으로 고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법무사 사무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직접 방문하고 전화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