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구제 미담 사업 '딴죽'에 경산 지역 사회 '발끈'

입력 2025-10-28 15: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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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봉사에 206억원은 사치' VS '아름다운 역사 지우자는 억지'

한국 전쟁 직후 미국 선교사의 구호 활동을 기리는 사업에 제동을 거는 주장이 나와 경산 지역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시의원이 제기한 반대 주장에 동료 시의원은 물론 시청과 교계까지 발끈하고 나서는 등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경산시의회 민주당 소속 양재영 시의원은 지난 20일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메노나이트 선교사들이 활동한 기간은 180년도 아닌 18년뿐인데 이를 근거로 260억원의 사업비는 과도한 지출"이라며 "학술 용역 연구책임자가 '메노나이트 보존회 법인' 이사장이라는 점도 이해 충돌 사항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메노나이트는 아나뱁티스트라고 불리는 재세례파 운동 분파 중 하나이다.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CC)는 6·25전쟁 이후 대구 지역으로 17만 명 가까이 모인 피난민을 구제하기 위해 선교사를 파송, 전쟁 미망인과 고아를 교육하고 원조한 바 있다. 경산에는 이들이 활동한 유적지(신천동 산 11번지 일원)가 있다.

메노나이트 선교사가 대구 복현동 고아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MCC 제공
메노나이트 선교사가 대구 복현동 고아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MCC 제공

양 시의원의 문제 제기에 경산 지역 사회 전체가 나서 반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소속 김인수 경산시의원은 27일 "전쟁의 상처 속에서 희망을 심어 준 20년간의 활동 기간을 어찌 금전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 있겠느냐"며 "온갖 반대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삼성현역사문화공원(사업비 430억원)처럼 근대 역사 문화 유적으로 남겨도 될 만큼 중요한 사업"이라고 했다.

이해 충돌 방지 지적과 관련해선 시청이 해명에 나섰다. 경산시 문화복지국 관계자는 28일 "(양 시의원은) 지난 2022년 추진한 용역을 문제 삼고 있으나,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올해 2월 별도 주체가 추진한 새로운 용역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이해 충돌 문제와 관계없음을 분명히 했다.

교계도 내심 불쾌감을 드러냈다. 메노나이트 직업학교 교목으로 사역했던 두레공동체대표 김진홍 목사는 "메노나이트 선교사가 한국에서 헌신한 방식은 그들 삶 자체였다. 우리가 받은 섬김과 사랑을 기억해 한국교회의 사명을 감당한다"고 말했다.

사업비 국비 확보와 사업 추진 주체 역할을 맡게 될 국민의힘 조지연 국회의원과 조현일 경산시장은 사업 추진 찬성 입장이다. 조 의원은 "지역에 볼거리가 적으니 종교 및 산업 근대화의 일부분인 메노나이트 복원 사업에 반대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고, 조 시장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