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덴탈시티 대구

입력 2025-10-2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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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갑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최재갑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날이 갈수록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는 대구 지역에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대구시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이노-덴탈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되어 세계 최초로 폐치아를 치과용 골이식재로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이 사업은 대구시가 총괄하고 대구테크노파크의 주관으로 진행되며, 오는 2028년까지 4년 간 의료 폐기물로 버려지던 인체 치아를 동종치아 골이식재로 재활용하는 기술사업화 실증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 실증사업에는 경북대치과병원을 비롯한 6개 기관이 참여하여 치아기증 시스템 구축, 치아 수집 및 멸균 처리, 원재료 가공, 시제품 제작, 성능 평가, 임상시험, 인허가 등 전 과정을 포함해서, 기증자 이력 관리 및 생물학적,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 시험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폐치아를 동종치아 골이식재로 재활용하는 길이 열리고 궁극적으로 산업화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잇몸뼈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임플란트 시술이 어려웠던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치과의료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치과의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여 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뉴스 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치과의료가 접근성이나 비용, 그리고 질적 수준에서 얼마나 우수하고 제도적으로 잘 되어 있는 지 경탄할 정도이다. 이러한 점은 요즘도 매년 5만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가 한국의 치과 서비스를 찾고 있다는 사실로도 입증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치과임플란트 치료는 시술 건수나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인구 1만명 당 임플란트 식립 건수가 약 700건에 이르러 단연 세계 1위이며, 약 300건의 스페인이나 약 200건의 독일을 크게 앞서고 있다. 또한 임플란트 치료 성공율도 95~98%에 이르러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치과임플란트 치료가 발전한 것은 우수한 치과의료진이나 치과대학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그와 더불어 치과임플란트 제조업의 발전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국내에는 수십 개의 치과임플란트 제조기업이 있으며, 전 세계 93개국에 치과임플란트를 수출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치과임플란트 수출국이 되었다. 또한 국내의 국산 치과임플란트 시장점유율도 98%에 이르러 국산 임플란트가 우리나라에서 치과임플란트 치료의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 고장 대구도 치과임플란트 제조업을 비롯한 치과의료산업이 매우 발달한 곳이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치과임플란트 기업이 4곳이나 있으며, 국내 치과용 핸드피스 3대 주요 기업이 모두 대구에 소재하고 있다. 2021년 광업제조업조사 기준 대구의 치과용기기 제조업 생산액이 전국 1위이며, 종사자 수는 전국 2위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이 대구에서 치과의료산업이 발달하고 산학협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에 대구가 폐치아를 이용한 치과용 골이식재 개발을 위한 '이노-덴탈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장점이 지금 한창 지자체 간에 유치 경쟁이 치열한 '국립치의학연구원'의 대구 유치에도 힘을 실어주어 연말이 가기 전에 대구시민에게 또 하나의 낭보가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덴탈시티 대구'가 대구 발전의 새로운 슬로건이 되면 좋겠다.

최재갑 경북대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