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리2호기 재가동 118억원 손해? 악마 편집이었다

입력 2025-11-06 14: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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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고리2호기가 위치한 전남 영광 출신이자 환경운동가였던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9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 보고서를 근거로 한겨레신문에 "노후원전 고리2호기 수명연장 땐 100억원대 손실"이란 단독기사를 냈다. 예상 이용률 62.8%를 기준으로 80개월을 가동하면 118억원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언론은 이를 검증 없이 줄줄이 받아썼다.

매일신문은 보도 직후 서왕진 의원실에 보고서 공유를 요청했지만 의원실은 보고서 공유를 거부했다. 매일신문은 우여곡절 끝에 이 보고서를 입수해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118억원 손실은 하한 이용률 62.8%이라는 극단적인 가정에 기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고리2호기 평균 이용률은 약 78%였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80개월 가동 시 1천619억원 가까운 이익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한 이용률인 94.4%를 적용하면 무려 3천356억원 넘는 이익이 발생했다.

쉽게 말해 서 의원과 한겨레신문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원전 수명연장 의사결정에 앞서 보고서 내 극단적인 숫자만 골라 마치 고리 2호기 수명을 연장하면 손해가 발생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이었다.

9월24일자 한겨레신문 그래픽. 한겨레신문은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상 전체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고 최악의 상황만 따로 떼어내 보도했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거쳐 에경연으로부터 제출 받은 '고리2호기 계속운전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이 허가돼 이제껏 해왔듯 80개월 운행할 경우 1천619억원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이 80개월인 이유는 고리2호기 설계수명 만료일인 2023년 4월로부터 10년으로 제한되는 법 구조상 남은 시간이 80개월 정도뿐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고리 2호기의 연간 이용률과 가동기간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용률은 상한 94.4%, 평균 78.6%, 하한 62.8%를 각각 적용했으며 전기 판매단가 평균치인 kWh당 65.08원 등을 기준으로 10년 간 손익을 추산했다. 서 의원과 한겨레신문은 전체 시나리오를 공개하지 않고 가장 낮은 하한 이용률 62.8% 시나리오만 떼 내 80개월을 가동하면 118억원 손해가 난다고 한 것이었다.

9월24일자 한겨레신문 그래픽. 한겨레신문은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상 전체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고 최악의 상황만 따로 떼어내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한 술 더 떠 "1983년 4월부터 가동된 노후 원전인 고리 2호기는 계획정비와 부품 고장 등으로 최종 3년(2020~2022년) 이용률이 60% 중반대였다"고 했다. 확인 결과 문 정부 탈원전 기조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2022년만 따로 떼낸 이용률이었다.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고리2호기의 최근 10년간 평균 이용률은 약 78%였고 문 정부 때인 2017년~2022년만 따로 떼어내도 평균 이용률은 약 74%였다. 박근혜·윤석열 정부 때인 2014~2016년, 2023년 평균 이용률은 84.25%였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3년 이용률은 99.7%였다.

문 정부 때 유독 평균 이용률이 낮아진 건 탈원전 기조 탓이었다. 익명을 원한 한수원 관계자는 "한겨레신문은 계획정비 때문에 이용률이 낮아졌다고 하는데 계획정비 뒤 가동허가는 원안위 권한이다. 원안위가 못 돌리게 하는데 이용률이 정상일 리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가동을 시작해 40년간 운전해 오다 설계수명 종료에 따라 2023년 4월8일부로 발전을 정지했다. 한수원은 설계수명 종료를 앞둔 문재인 정부 시절 10년 추가 운전을 허가해 달라고 원안위에 신청했지만 무기한 보류를 당했다.

윤 정부 때도 수명연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근원은 문 정부 때 기조 때문이었다. 익명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계속운전을 하려면 한수원이 안전성 평가와 경제성평가를 해야하는데 그게 최소 3년 이상 걸린다. 미리미리 준비했다가 당시 관련 법 기준 수명 만료 2년 전인 2021년부터 심사 받아서 원안위를 올려야 하는데 문 정부에선 계속운전 준비를 할 수가 없었다. 계속운전 관련 부서를 조직개편해서 아예 없애버렸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매일신문은 서 의원에게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관련 법상 원안위가 계속 수명연장을 보류하면 원전 가동 이익은 감소하는 구조다. 한국은 전력 수요가 급하게 필요한 상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겠다고 밝혀서다. 고성능 GPU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다.

상황은 이런데 원안위는 계속 보류만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제223회 회의에서 고리2호기 계속운전 허가 안건을 상정했으나 민주당 추천인 진재용 위원의 서류 보완 문제 제기로 심의를 보류했다. 이는 앞서 9월25일 첫 보류에 이은 두 번째 연기다. 원안위는 오는 11월13일 회의에서 고리2호기 계속운전 허가 안건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