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천 돌파, 그러나 경기엔 찬바람…'차이나 머니'가 만든 불장

입력 2025-10-27 16:57:14 수정 2025-10-27 20: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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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증권사 대표들이 코스피 지수 4000 돌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증권사 대표들이 코스피 지수 4000 돌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코스피가 마침내 4,000선을 돌파했다. 증시는 '불장(불같이 오르는 장세)'이지만, 국내 경기는 여전히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 소비와 건설 등 내수가 부진하고 기업 체감경기도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가만 치솟는 기이한 괴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상승세의 주역으로 '외국 자본', 특히 중국계 자금을 지목하며 "착시형 불장"이라고 경고한다.

◆국내 실물경제 침체

국내 실물경제는 증시와 달리 침체 상황이다. 청년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인 1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생계형 대출인 근로자햇살론 이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내수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도 '경기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전망하면서 한국은 0.9%로 예상했다. 그만큼 한국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그러나 얼어붙은 실물경제와 달리 국내 증시만 뜨겁다. 10월 들어 코스피는 3,900선을 돌파하더니 27일 4,000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상승은 국내 자금이 아닌 외국인 매수에 의해 견인됐다. 1~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조1천367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24일 기준 외국인 보유액은 1천125조 원으로, 지난해 말(632조 원)보다 거의 두 배 늘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도 34.7%에 달한다.

◆'차이나 머니' 침투

문제는 외국 자본의 성격이다. 단순한 글로벌 자금이 아니라, '차이나 머니'가 국내 금융시장 곳곳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중국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20조4천900억 원으로 지난해 말(14조570억 원) 대비 45.8% 증가했다. 미국의 보유액(367조 원)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홍콩 포함)의 대(對)한국 직접투자 신고액은 67억9천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7%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뿐 아니라 국채에서도 '차이나 머니'의 침투가 빠르다.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월 말 기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138조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109조 원), 미주(27조 원), 중동(14조 원)을 모두 앞선 규모다. 2021년 말 대비 38조 원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미주 증가액(7조 원)의 5배가 넘는다.

국채 보유가 특정 국가에 집중될 경우, 단순한 금융 리스크를 넘어 정치·외교적 영향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이 미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미국의 금리가 상승한 전례가 있다. 한국 역시 '셀 코리아(Sell Korea)'에 나설 경우 증시 급락과 환율 급등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금이 떠나는 순간 코스피는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내수·고용·투자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번 상승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