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법조정치인 전성시대

입력 2025-10-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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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및 탄핵, 대선 패배 등으로 문 닫기 직전이던 국민의힘을 그나마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과 명맥을 이어 가게 한 의원 한 명만 꼽으라면 주진우 의원을 들겠다. 저급하지도 억지를 부리지도 않고, 팩트로 폐부(肺腑)를 깊숙이 찌르는 공격으로 집권 여당에 꾸준하게 타격을 입히는 게 제1야당에 걸맞은 저격수라 할 만해서다.

주 의원은 법조(法曹) 출신이다. 대통령실 행정관·비서관으로 일한 적이 있지만 검사로 시작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법조계에 몸을 담았던 터라 아무래도 입법 활동에 유리한 점도 많겠지만 법조인 출신이라고 다 그런 것도 아니다. 당장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만 봐도 법조인 출신으로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의원이 적잖다.

잘하든 못하든 두각을 나타내는 의원 중 법조 출신이 많은 건 사실이다. 숫자부터 많다. 이번 22대 국회만 봐도 의원 300명 중 61명이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 출신이다. 전체의 5분의 1이나 된다. 21대 국회보다 15명 증가한 역대 최다이다. 이 중 지역구는 민주당 37명, 국민의힘 18명으로 민주당이 배나 많다.

여야에서 손꼽히는 '전투력 갑(甲)' 의원 중에도 법조인 출신이 적잖다. 국민의힘의 경우 주 의원과 함께 대여 공세의 '투 톱'이라고 할 수 있는 장동혁 대표, 그리고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과 연일 '추나 대전'을 벌이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판사 출신이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 역시 판사, 제22대 의원 재직 중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이다.

법조계는 예전부터 정치 등용문(登龍門)이었다. 특히 검사 출신이 두드러졌다. 검사동일체로 대변되는 검찰 문화도 패거리 문화의 최고봉인 정당과 닮았다. 법조 출신이 많은 건 직업·성향·기질 등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법을 잘 아는 만큼 법을 만드는 입법부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어서다. 법을 잘 알고 법의 허점도 잘 아니 여기에 전투력까지 더하면 '갑'이 되는 것이다. 최근 입법부의 사법부 침해·장악 논란도 법조인의 국회 대거 입성과 관련이 없지 않다. 법조계 생리를 잘 알다 보니 만만하게 보이기도 하고, 돌아서면 가장 무서운 적이 될 수도 있어서다. 옛말 틀린 것 없다더니, 역시 '아는 놈이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