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종료·관세 변수 속 '현실형 전동화 전략'으로 부상
전동화 시장의 무게추가 빠르게 '하이브리드'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가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한계 등 복합 요인 속에 하이브리드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주요 패밀리 RV 모델이 올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략 전환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핵심 대응 카드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기아 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 팰리세이드·싼타페, 기아 쏘렌토·카니발 등 4개 패밀리 RV 모델의 합산 판매량은 22만8천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8천대 증가한 수치다. 월평균 2만5천대가량이 팔린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기존 연간 최다인 지난해 27만5천대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판매 호조의 핵심 요인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를 꼽는다. 주요 모델에 하이브리드 트림이 더해지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졌고, 고유가 시대와 전기차 인프라 한계 속에서 '합리적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는 전동화 전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완전한 전기차로의 이행이 기술적·경제적 부담을 수반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는 전기 구동의 장점을 일부 누리면서도 충전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연비 효율과 유지비 절감 효과가 부각되며 실용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환경 변화도 하이브리드의 부상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다. 기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전기차 구매자에게 대당 최대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왔으나 이를 전면 중단한 것이다.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8월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19만8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9% 급증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을 하이브리드 중심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도 신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강화 전략이 단기적인 대응책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장기 생존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미국 관세 강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하이브리드는 당분간 현대차그룹의 핵심 대응 카드가 될 전망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를 75만대 이상 판매했다. 이는 전체 판매 차량의 약 20%에 해당하며, 5대 중 1대가 친환경차였다는 의미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에서 "2030년까지 전체 차량 판매 중 친환경차 비중을 59%, 대수로는 330만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