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해도 3년 걸리는데… 지자체로 비용 전가하며 정상화 요원
월 이용객 40만명대 대경선 내후년 하반기쯤 중정비 들어가야
지금 열차 구매해도 적기 도입 어려워 배차간격 늘어날 가능성
지난해 12월 개통해 구미-대구-경산을 잇는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 대경선이 예비차량 부족이라는 취약점을 뒤늦게 노출하고 있다. 사업 추진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비현실적 기준을 따르면서 태생적으로 안고 있던 허점이지만, 열차 추가도입 비용 문제를 둘러싼 중앙-지방 정부 간 이견 속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예비편성 기준 기계적 적용
지난해 12월 13일 개통식을 갖고 다음날부터 운행을 시작한 대경선은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로 구미와 대구 경산을 잇는다. 기존 경부선 선로 여유 용량을 활용한 총연장 61.9㎞의 노선은 구미, 사곡, 왜관, 서대구, 대구, 동대구, 경산 등 총 7개 역을 경유하며 시도민들의 출퇴근과 나들이 등을 돕고 있다.
구미와 경산을 50분대에 주파하는 속도와 기본요금 1천500원의 저렴한 요금 등을 내세운 대경선은 6개월 만에 253만여명을 수송했다. 지난 3월부터는 월별 이용객 40만명선이 꾸준히 유지되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지역 대중교통 핵심 기반시설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수요 부족에 대한 우려를 덜고 순항 중인 듯한 대경선은 예비차량 부족이라는 잠재적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현재 8편성이 운영 중인 대경선의 예비편성은 1편성뿐인데, 철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정상 운행에 필요한 최소 예비편성수는 3대다. 중대고장 등 운행중단을 대비한 1대, 순차적으로 중정비에 들어가는 1대, 비상대기차량 1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대경선 예비차량이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지침에만 의존해 산정한 데서 비롯됐다. 해당 지침은 대경선과 같은 일반철도의 경우 편성량의 10~15%를 예비율로 정하고 있다.
열차 보유대수가 많은 노선에서는 지침을 적용하면 실질적으로 충분한 예비차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9편성에 불과한 대경선은 그렇지 못하다.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대경선의 경우 이례적으로 2편성이 부족한 채 개통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전국적으로 대경선처럼 단 1대의 예비차량만 두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경선 운영사인 코레일에 따르면 동해선(태화강~부전), 경강선(판교~여주)을 비롯해 보유편성이 적고 운행 횟수가 적은 노선이라도 최소 예비3편성을 기준으로 운용해 운행안전성 및 서비스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중정비 들어가면 정상운행 불가
예비 편성이 부족한 상황은 추후 대경선 열차에 대한 중정비가 시작되는 2027년 이후 시민들 피부에 더욱 크게 와닿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경선 차량은 철도산업법 및 철도차량 유지보수 세칙에 따라 개통 4년 후, 혹은 운행거리가 72만㎞에 이르렀을 때 중정비에 들어가야 한다. 코레일은 72만㎞를 기준으로 하는 중정비 시점이 2027년 하반기 이후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철도 차량 제작에 통상 2년 6개월~3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중정비 시점 전 예비차량 추가확보는 이미 어려워졌다. 이 경우 현행 평일 19~25분, 주말 약 25분인 대경선 배차간격 증가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이미 개통 초기부터 출퇴근 시간대 혼잡 문제를 보여온 대경선은 내년 2월 칠곡군에 북삼역 추가 개통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대구도심 주거밀집지역에 대구도시철도 3호선과 환승이 가능한 원대역 역시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신설이 확정돼 승객수가 더 늘어날 개연성이 큰 상황이다. 차량 부족 문제가 예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자체에 비용 전가하고 뒷짐지는 정부
더 큰 문제는 차량 구매비용 부담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대구시의 입장이 갈리며 차량 구매 결정이 하릴없이 밀리고 있는 점이다.
코레일은 이미 지난 3월 대구시에 예비차량 부족 통보를 했으나, 국토부는 개통이 완료된 사업에 대해서는 차량 구매는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 기재부는 개통이 완료돼 총사업비 조정이 곤란하다는 입장 속에 대구시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20년 12월 이뤄진 대구권광역철도 운영에 관한 협약 상 차량구입비는 국토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미 개통이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당초 계획단계부터 부족했던 예비차량 구입비를 지자체가 모두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진 의원은 지난 21일 국토부 철도기관 국정감사에서 "추후 운행차량 부족으로 대구 경북의 시도민들의 발이 묶이지 않도록 시급히 국비 지원 방안을 마련해서 조치해야 한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포항북구) 역시 같은 자리에서 KDI의 예비차량 산정 관련 지침을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침을 비율중심이 아닌 절대 편성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이는 안전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윤진환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예산과 관련해 실무 협의 중으로, KDI 지침도 개정되도록 기재부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