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종가 이치억 종손 취임 '吉祀'

입력 2025-10-26 15: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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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안동 도산 상계종택서 800여명 참석 축하
17세손 이치억 종손 고유, 5대조 신위 '신주매안'

25일 안동 도산 퇴계 종갓집인 상계종택에서 퇴계 17세손 이치억씨가 새로운 종손으로 취임한 것을 알리는 길사가 열렸다. 엄재진 기자
25일 안동 도산 퇴계 종갓집인 상계종택에서 퇴계 17세손 이치억씨가 새로운 종손으로 취임한 것을 알리는 길사가 열렸다. 엄재진 기자

25일 오전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퇴계 종갓집인 상계종택은 새 종손을 맞는 길사(吉祀)가 거행됐다. 길사는 종가에 새로운 종손과 종부의 취임식에 해당한다.

퇴계 이황의 17세손 이치억 씨가 이날 부친 이근필(根必) 공의 기년상(朞年喪·1년상)을 마치고 퇴계(退溪)와 4대 선조에게 새 종손이 된 것을 고유(告由)하기 위해 열렸다.

새 종손은 아버지 신위를 사당으로 새로 모시고, 5대조 신위를 땅에 묻었다. 고조부까지 4대만 사당에 신위를 두기 때문이다. 퇴계 선생은 4대를 벗어나지만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이른바 불천위(不遷位)로 지정돼 위패가 지금도 종택의 별도 사당에 모셔져 있다.

이날 길사를 통해 제사를 올리는 책임자가 바뀌었음을 알렸다. 제사(祭祀)가 고인의 뜻을 기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르는 것과 달리 길사(吉祀)는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는 경사스러운 제사로, 길(吉)자를 쓰는 이유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길사에 참여하기 위해 후손과 영남지역 볼천위 종가 종손 등 800여 명이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 앞마당을 가득 채웠다.

길사는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내는 '출주례'(出主禮), 각 제관들과 종손이 절을 올리는 '참신례'(參神禮), 조상 신을 불러오는 '강신례'(降神禮), 제물을 올리는 '진찬례'(進饌禮)로 진행됐다.

이치억 종손이 관세(제례에 앞서 대야에 깨끗한 물을 받아 손을 씻는 의식)를 한 뒤 퇴계 선생 등 선조의 위패를 사당에서 '추월한수정'으로 모셨다.

그는 종손으로서 처음으로 제례의 초헌관으로 선조께 절을 올렸다. 모든 제관들과 후손들은 종손이 이끄는 제례에 맞춰 함께 절을 하며 예를 갖췄다.

초헌례에 이은 '아헌례'(亞獻禮)는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의식으로, 종부가 예를 갖췄다. 종부는 화려한 활옷 예복을 곱게 차려입고 화관까지 쓴 채 새색시 복장을 했다. 종부가 화려한 활옷을 입는 이유는 활옷에 놓인 수가 행운과 권위, 부부애, 영원한 삶 등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

세 번째 잔을 올리는 '종헌례'(終獻禮)까지 삼헌(三獻)이 마무리됐다. 이어 술잔에 첨작하는 '첨작례'(添酌禮), 신이 음식을 편하게 드실 수 있도록 하는 '유식례'(侑食禮), 조상을 되돌려 보내는 의식인 '사신례'(辭神禮)로 이어졌다.

이어 불천위를 뺀 최고위 조상으로 모셔져 있던 '조매위'(祧埋位·5대조) 신주를 사당에서 모셔 나와 묘소에 묻는 '신주매안'(神主埋安)까지 마치면서 길사가 마무리 됐다.

이치억 종손은 "종가는 문중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개영회'(開迎會)에서 관리해 주시기로 했다"며 "문중 운영과 종가문화 계승은 선대 어르신들의 뜻에 따라, 잘 잇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25일 안동 도산 퇴계 종갓집인 상계종택에서 퇴계 17세손 이치억씨가 새로운 종손으로 취임한 것을 알리는 길사가 열렸다. 엄재진 기자
25일 안동 도산 퇴계 종갓집인 상계종택에서 퇴계 17세손 이치억씨가 새로운 종손으로 취임한 것을 알리는 길사가 열렸다. 엄재진 기자
이치억 퇴계 종손의 모습. 류종승 작가 제공
이치억 퇴계 종손의 모습. 류종승 작가 제공
지난 25일 이치억 씨가 새로운 퇴계 종손으로 취임하는 것을 알리는 길사가 열리고 있다. 류종승 작가 제공
지난 25일 이치억 씨가 새로운 퇴계 종손으로 취임하는 것을 알리는 길사가 열리고 있다. 류종승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