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22만 장, 충북은 0장… '나눔티켓' 문화 양극화 심각

입력 2025-10-22 09:10:42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자료 공개… 이용률 36% 그쳐

공연장을 찾지 못한 표가 지난 5년간 20만 장이 넘었다. 전국적으로 문화예술단체의 기부가 이어졌지만, 이 중 63% 이상의 티켓이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버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충북과 전남 등 일부 지역은 티켓 기부와 실제 이용 모두에서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러, 지역 간 문화격차가 여전히 뚜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전남 여수을)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나눔티켓' 사업을 통해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기부받은 티켓은 총 32만430장이었지만, 이 중 63.3%에 해당하는 20만2,970장은 실제 관람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전남 여수을)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전남 여수을)

나눔티켓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연단체 등으로부터 무료 또는 할인 티켓을 기부받아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등 문화누리카드 소지자에게 제공하는 공공 문화지원 제도다. 그러나 제도 시행 취지와 달리, 상당수 티켓이 관람객 없이 폐기되면서 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기부 참여 단체 및 티켓 매수 역시 지역별 편차가 컸다. 같은 기간 동안 서울은 총 225,467장의 티켓을 기부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경기도 역시 33,568장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충북은 5년간 단 한 장의 티켓도 기부되지 않았고, 나눔티켓 참여 단체 역시 전무한 상태였다.

전남도 420장에 그치며 하위권에 머물렀고, 세종(750장), 충남(760장), 대전(785장) 등 비수도권 지역의 기부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기부 티켓이 실제 관람으로 이어진 이용률에서도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은 5년간 총 68,789건의 관람이 이뤄졌고, 경기도는 24,100건을 기록했지만, 세종은 38건으로 전국 최하위였다. 제주(127건), 전남(208건), 충북(231건), 광주(416건) 등도 5년간 실적 기준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남의 경우, 같은 기간 420장의 티켓이 기부됐지만, 실제 관람은 절반도 안 되는 208건에 그쳤다. 49.5%에 불과한 이용률로, 문화 인프라 부족과 접근성 문제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해당 사업의 홍보 부족도 낮은 활용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개한 나눔티켓 홍보 집행액 자료에 따르면, 2023년까지는 홍보 예산이 꾸준히 증가했으나 2024년 들어 급감했다.

실제 집행액은 2021년 113만6,572원, 2022년 318만2,291원, 2023년 360만5,000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121만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8월까지는 99만9,988원에 그쳤다.

홍보 예산 감소는 사업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졌고, 문화누리카드 이용자에게 사업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서 수혜 계층의 실질적인 접근을 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계원 의원은 "기부된 티켓 중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저조한 것이 드러났다"며 "이는 단순한 행정의 비효율을 넘어, 문화예술계의 소중한 기부와 나눔의 뜻을 퇴색시키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의 문화 인프라 부족 문제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며 "제도의 주 이용 대상인 저소득층에게 홍보도 잘 안 되었고, 티켓을 받아도 이용률이 낮은 총체적 난맥상"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나눔티켓 사업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한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집계된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의 기부티켓 수는 53,915건으로 여전히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경기(4,901건), 부산(4,154건)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광주와 충북은 여전히 기부 건수가 0건이었다.

올해 나눔티켓 실제 이용 실적도 서울이 14,978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경기는 6,695건, 인천은 2,161건을 기록했다. 반면 세종은 21건, 제주 29건, 전남 102건 등으로 실적 차이가 두드러졌다.

기부 의사와 문화향유 기회의 지역 간 불균형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나눔티켓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