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목 끌 문화 프로그램…APEC 계기로 다시 빛나는 천년의 예술
신라 금관부터 5韓까지, 천년 유산의 글로벌 무대
첨단 디지털 기술 입은 경주, '빛과 XR'로 세계를 품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경주에서 열린다. 정부와 경북도는 APEC을 계기로 K-컬처의 진면목을 세계에 선보이는 문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경북이 보유한 5韓(한옥, 한지, 한글, 한복, 한식) 문화자원의 저력을 바탕으로 경주를 세계인이 체험하는 문화도시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다.
◆'금관 6점' 104년 만의 귀환

APEC 문화 행사 중 가장 주목받는 기획은 국립경주박물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주관하는 '신라금관 특별전'은 오는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신라역사관에서 개최된다.
이 전시는 신라 금관 6점을 최초로 한자리에 모아 합동 전시하는 역대급 기획으로 평가된다. 이는 신라 금관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1921년 금관총 발굴 이후 104년 만에 실현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신라 금관은 전 세계 현존하는 고대 금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찬란했던 당시 금속 공예와 장례 문화를 대변한다. 특히 금관은 단순히 장신구가 아니라 신라의 세계관이 담긴 의례용 유물이었는데, 세움 장식은 하늘과 나무를, 곡옥은 물과 생명의 순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신라 예술의 정수를 세계 경제인들에게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경북의 '3대 문화 빅 이벤트'
경북도가 준비한 '3대 문화 빅 이벤트'는 한복패션쇼와 보문멀티미디어쇼를 중심으로 APEC 정상회의 기간을 장식한다.
한복패션쇼는 오는 29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야경이 아름다운 월정교 수상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북은 비단, 삼베 등 한복 원료의 주요 생산지이며, 원료 생산부터 제작까지 가능한 전국 유일의 지역이다. 또한 한복진흥원이 소재한 한복 문화의 원류로 불린다.

패션쇼 무대는 5한 콘텐츠의 시각화 및 체험화를 위해 5한을 상징하는 'ㅎ'자형 런웨이와 수상무대로 조성된다. 구혜자 침선장, 강미자 명장 등 유명 한복 디자이너들이 개발한 'APEC 기념한복'과 이진희 디자이너가 AI로 디자인한 'AI 한복' 등 70여 벌의 한복이 선보인다. 또 한복의 과거, 현재, 미래를 스토리텔링형으로 조명한다. 이 행사는 CEO 서밋 문화 프로그램으로도 선정돼 글로벌 경제인들에게 한복의 멋을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복패션쇼의 슬로건은 '우리 한복, 내일을 날다'이다.
보문멀티미디어쇼는 정상회의장(HICO)과 주요 인사 숙박지(PRS)가 밀집된 보문단지를 새로운 야간 관광 명소로 키우는 핵심 사업이다. 지난 17일을 시작으로 다음 달 2일까지 보문호수 및 보문관광단지 일대에서 열린다.

미디어 폴, 빛 조형물(연꽃·APEC 상징 등), 인터랙션 조명 등이 호반광장부터 수상공연장까지 이어지는 보문산책로 일대에 설치된다. 특히 오는 27일 특별공연에는 APEC의 가치인 '연결-혁신-번영'을 나비 엠블럼 모티브로 표현한 멀티미디어쇼 공연이 펼쳐진다. 이 쇼는 APEC 이후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육성하는 레거시 사업으로 추진된다.
오는 24일에는 경주 보문호 수상공연장에서 한·중·일·러·베트남 등 APEC 회원국 여성 음악인 공연도 열릴 예정이다.
◆디지털 융합과 지역 예술의 향연
APEC이 지향하는 디지털 격차 해소와 지속 가능한 문화관광을 위해 과학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도 다수 선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대릉원 일원에서는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이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24일간 진행된다. 이는 국내 최초로 고분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로, APEC 정상회의와 연계돼 경주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핵심 콘텐츠다. 황남대총, 천마총 중심의 미디어파사드, 관객 참여형 인터랙션 프로그램, 사운드&라이트 쇼 등으로 구성된다. 미추왕릉 외벽에는 미추왕 설화 '죽엽군' 테마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모션인식 인터랙티브 아트가 진행된다. 또한, AI 기술로 복원한 3D 모델을 통해 유물을 관람하는 AR 콘텐츠 서비스와 출토유물 전시 메타버스 뮤지엄을 온라인으로 운영한다.
경주 원도심 황리단길 일원에서는 'APEC AI·XR 골목영화관'이 지난 1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16일간 운영된다. 경북 국제 AI 메타버스 영상공모전 수상작(30여 편)과 생성형 AI로 제작한 창작영상 등이 상영되며, AI·XR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몰입형 콘텐츠를 체험하게 한다. 'GAMFF 씨어터'(25m 투명 에어돔), '우리동네 상영관', '타임루프 영화관' 등 황리단길 유휴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상영 공간이 마련된다. 경북도는 이번 행사가 AI 기반 국제 콘텐츠 교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PEC CEO 서밋 기간, 풍부한 문화 행사
APEC CEO 서밋(Summit) 기간(10월 28일~31일)에 맞춰 크로스 컬처 페스티벌도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경주 예술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다. APEC 회원국 전통문화 중심의 공연 프로그램으로, 농악, 민요, 판굿, 탈놀이 등 한국 전통문화 공연과 회원국 전통문화의 협업 공연이 펼쳐진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국가무형유산인 김천금릉빗내농악, 안동차전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경북 지정 및 국가 무형유산팀 40여 팀이 참여한다.

CEO 서밋 주 행사장인 경주 예술의전당 야외마당에는 경북 5한 문화체험관(가칭 K-wave play ground)이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마련된다. 이곳은 5한 문화콘텐츠 전시 및 체험공간, 전통문화예술 및 태권도 등 지역 예술인 문화공연, 미디어 마당 등으로 구성된다. 이 밖에도 명창 정순임 선생의 판소리 공연, 경산자인단오제, 안동차전놀이 등 국가 및 도 무형문화재 공연이 신명무대에서 일자별로 이어진다.
◆백남준 비디오아트 15점, K-콘텐츠 페스티벌 등도 다채롭게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미술특별전으로 이번 APEC 기간에 맞춰 지난 7월 19일부터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세계적 작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15점을 전시 중이다. 전시 기간은 다음 달 30일까지로, 1980~90년대 백남준의 전환기 작품들이 전시됐다.
경주엑스포대공원 선덕광장에선 K-콘텐츠 페스티벌이 지난 12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열리고, 한국 공예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망하는 국제공예전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경주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진행된다. 또한 경주시 주관 제52회 신라문화제는 지난 10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월정교, 봉황대, 쪽샘지구 일원에 마련된다. 화백제전, 실크로드 페스타, 청소년을 위한 화랑힙합페스타 등도 준비돼 있다.
이은정 APEC 준비지원단 대외협력과장은 "경주 APEC은 신라 천년 고도의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 문화 자원의 가치를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대전환의 계기"라며 "경북과 경주 전통문화의 원형 DNA가 살아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북이 자랑하는 5한 문화 자원과 신라의 다양한 문화 요소들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시각적 체험과 놀이를 통한 인터랙티브한 경로로 녹여냈다"며 "APEC 기간 중 세계 미디어 노출을 극대화해 신라 천년의 문화가 세계적 무대로 더 높이 비상하도록 만드는 문화적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