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김수용] 꿈을 박탈당한 20대, 나라의 미래도 사라진다

입력 2025-10-21 05:00:00 수정 2025-10-21 07:42:57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얼마 전 한국경제인협회는 '2014∼2024년 세대별 실질소득 추이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최근 10년간 체감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을 분석한 결과인데, 자못 충격적이면서 청년층의 고민과 세대 갈등, 불합리한 경제·사회적 구조 등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듯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20대 청년층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는데, 일견(一見) 당연해 보인다. 고착화한 낮은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부족, 치솟는 물가 등을 감안하면 실질소득 증가 자체가 놀라울 수도 있다. 그러나 연평균 1.9%에 불과한 20대 증가율에 비해 60대 이상은 3배 가까운 5.2%를 기록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고,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구직시장에 뛰어든 60대 이상 노년층이 해마다 증가한다는데 이들의 소득 증가율은 단연 두드러진다. 경제개발 호황기를 거친 기성세대가 노년층에 편입되면서 이들의 자산이 증식(增殖)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부동산 폭등이 젊은이들에겐 좌절과 박탈감을 안겼고, 퇴직 세대들에겐 부의 상승을 가져왔다는 말이다.

경제적 여력이 바닥을 치는 상황인데 젊은이들의 사회적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인구 비율에서 20대는 70대 이상 노령층에도 추월당했다. 국가데이터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인구는 630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약 20만 명 줄었다. 70대 이상 인구 654만여 명보다 적은데, 1925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50대 871만여 명, 40대 780만여 명, 60대 779만여 명 순으로 20대 인구가 성인 연령대 중 가장 적다. 제 목소리 내기도 힘든 처지다. 이들이 활발히 경제활동에 참여해 고소득을 올리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넉넉히 내야 선순환(善循環)이 이뤄질 텐데 현실은 반대다. 안정적 일자리는 갈수록 귀해진다. 젊음이 기회와 도전의 동의어이던 시대는 지났다. 인구가 줄어든 만큼 노동시장에서 20대 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져야 하는데 청년들은 구직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지난 8월 20대 고용률은 60.5%로, 꾸준히 낮아지고, 20대 실업률은 5%로 3년 만에 최고치다. 대규모 공채는 사라졌고 경력직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일할 기회조차 없는데 경력을 쌓아야 한다.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당시만 해도 곤두박질쳤던 고용시장이 이내 회복돼 청년층 고용 한파(寒波)도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고, 일자리 창출은 거의 없다. 경제가 회복돼도 양질의 일자리가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긴 어렵다. 통계 작성 이래 처음 50만 명을 넘긴 '쉬었음' 청년(15~29세)이 결국 장기 백수로 남아 경제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극히 일부지만 고수익 일자리를 찾아 캄보디아로 떠났다가 불법 감금과 고문을 경험한 청년들 사태가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편하게 돈 벌려 했으니 인과응보(因果應報)라며 욕할 수 있지만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제2, 3의 캄보디아 사태가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 청년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장기간 누적된 경제·사회적 문제가 악화하면서 빚어진 구조적 위기"라고 했다. 한두 정책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일 텐데, 결국 한정된 파이를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불공정을 외치는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가 올바른 답을 내놔야 할 때다. 그래야 나라가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