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초의 온전한 디지털 세대
특별한 리더 없이 SNS 통해 의기투합
2019년 청년층 주도 반정부 집회 연상
최근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대륙 등 세계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네팔과 마다가스카르 두 국가는 Z세대의 반정부 시위로 정권 붕괴까지 일어났다. 그럼 Z세대는 왜 분노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을까.
Z세대 시위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양극화, 기득권의 만성적 부패, 고용 불안정과 실업률 증가 등에 따른 누적된 불만이 지목된다. 경제난 속에서 오직 엘리트만 번영하는 듯한 현실에 대한 좌절감, 권력층의 사리사욕에 대한 공분, 극소수 기득권 자녀의 사치스러운 생활 방식에 대한 환멸 등이 국경을 초월한 시위를 관통하고 있다.
아울러 청년층 교육 수준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이 뚜렷해졌다는 점도, 현 상황에 대한 분노를 키운 원인으로 읽힌다.
Z세대의 시위는 서구 사회의 근본 가치를 뒤흔든 1960년대 저항의 물결과 독재 청산을 외친 1980년대 아시아와 동유럽의 '피플 파워'를 연상시킨다. 뚜렷한 리더가 없고 앞선 시대의 대규모 시위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Z세대 시위는 2019년 청년층 주도의 반정부 시위와도 어느 정도 닮았다. 레바논, 홍콩, 칠레, 이라크, 영국, 프랑스,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지에서 일어난 당시 시위에서는 대개 10대 후반∼20대 초반이 불평등과 부조리에 반발하며 권력 계층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Z세대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온전한 디지털 세대'로 일컬어진다. SNS 등을 이용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 자신의 성향을 남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이들 시위 역시 광범위하게 보급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무기로 대중적 시위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위자들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생성한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비롯해 인터넷 속어와 조롱 섞인 메시지 등을 활용해 권력자를 깔아뭉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시위 조직 자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Z세대는 개인주의를 선호하고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단체를 이루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디지털 세대인 만큼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 사회가 주는 박탈감 등에 대해선 SNS 등을 통해 소통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일각에서는 Z세대의 부상이 새로운 사회 변화의 흐름이라고 관측한다. 다만 중심 지도부가 없고 즉흥적이라는 특징이 있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회 운동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