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김영수] 국민의힘, 죽느냐 사느냐 결단이 필요하다

입력 2025-10-20 13:48:55 수정 2025-10-20 16: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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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TV조선 고문·영남대 특임교수

김영수 TV조선 고문·영남대 특임교수
김영수 TV조선 고문·영남대 특임교수

지금 영남에는 큰 정치가가 없다.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지난 60여 년간 대구·경북 출신 대통령만 5명이다. 기간으로는 거의 40여 년이다. 한국 정치를 독점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그런 호시절은 지나갔다. 예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구·경북의 유력 정치가들이 팔공산만 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남산으로 진출해 중앙을 장악해야 하는데, 그런 기상이 없다는 걸 비판한 것이다.

대구·경북의 발전 속도도 전국 최하위에 속한다. 올해 1분기 대구·경북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4~2023년 사이는 전국 평균 2.62%인 데 비해 대구 1.88%, 경북 1.02%였다.(e-나라지표) 지난 10년간 전국 평균 발전 속도에 비해 대구는 약 72%, 경북은 약 39% 수준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정치도, 경제도 모두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 대구·경북의 발전이 느린 이유는 정치 독점에 있다. 영남은 보수 정당의 아성이고, 공천이 곧 당선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공천을 좌우하는 중앙 정치만 신경 쓰면 된다. 시장에서도 독점이 강하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으니, 굳이 성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당이 어떤 비판을 받든지 지역구만 바라보고 주말에 경조사만 열심히 돌면 장수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영남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수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89명 중 58명이 영남 의원으로, 전체의 65.2%를 차지한다. 서울, 인천, 경기가 속한 수도권 전체 의석은 102석인데, 국민의힘은 19석에 불과하다. 전체의 18.6%에 그친다. 21대는 전체의 15.5%였다.

이런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되었다. 2016년 20대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했다. 새누리당은 130~150석, 더불어민주당은 80~120석을 예상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은 새누리당의 총선 의석을 140석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새누리당은 특히 수도권에서 완패했다.

전국 지역구 국회의원의 48%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서울 49석 중 35석, 경기 60석 중 40석, 인천 13석 중 7석을 석권해 110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서울에서 1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그 이유는 자칭 진박 감별사들이 횡행한 공천 실패 때문이다. 친박-TK 중심의 정당을 만들려는 집념이 과도했다. 그 후 수도권에서 연속 3연패했다.

지금 국민의힘은 더 이상 수도권 정당, 전국 정당이 아니다. 그냥 영남 자민련일 뿐이다. 절대다수를 점한 더불어민주당의 횡포가 도를 넘어선 지 한참 지났다. 행정부 권력을 차지한 데 이어, 검찰을 해체하고, 이제 그 칼끝이 사법부를 향해 있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리돌림했다. 삼권분립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사법부마저 무너지면 일당 지배 국가이다.

이 국가적 위기를 넘어서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국민의힘이 중도, 수도권, 청년층의 지지를 얻어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21대 대선 후 국민의힘 혁신안은 모조리 좌절됐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대표를 뽑는 2025년 8·22 전당대회 룰을 '당원 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에서 여론조사 100%로 바꾸는 혁신안을 제안했다.

당의 영남 집중을 줄여, 민심에 부합한 정당으로 변신하기 위한 근본적 개혁안이었다. 그러나 윤 전 위원장은 "한 마디를 반박하면 열 마디 면박이 돌아왔다. 쉽게 말해 다구리(몰매)였다"며 "옛 친윤계 등 당 주류와 강성 당원의 눈치를 보는 지도부의 기류가 피부로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결국 혁신안은 모두 사장됐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분당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 강남권을 제외한 수도권 보수 정치가들에게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나라도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런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