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부터 이어진 가을 장마 평년 3.5배 웃돌아
추석 연휴 시작부터 이어진 가을 장마로 경북 지역 농가들이 잦은 비에 시름을 앓고 있다. 평년보다 높은 강수량과 줄어든 일조량으로 인해 농작물 생육과 수확 일정 등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1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강수량은 180.2㎜로 평년보다 11.4㎜ 많았으며, 일조시간은 153.8시간으로 평년보다 74.6시간 적었다. 이달에도 흐린 날씨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18일까지도 흐리거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가을 장마로 사과 농가는 '색내기(착색)' 시기를 놓치며 상품성 하락이 심각하다. 일조량 부족으로 과피 색이 제대로 들지 않고 있다. 또 잦은 강우로 과피가 약해져 갈라지는 현상과 당도 저하도 우려된다.
벼 농가 상황도 비슷하다. 잦은 비로 쓰러진 벼들이 늘면서 수확이 지연되고, 침수로 인한 낟알 충실도 저하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확 시기를 가늠하지 못해 공공 비축미 수매 시기도 뒤엉키고 있다.
이번 가을 장마가 길어지면서 농가 피해는 단기적 피해를 넘어 내년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모작을 하는 밭작물 농가의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모작 양파 재배를 위한 파종 시기가 지났지만, 연이은 비로 밭이 젖어 농사 준비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마늘 농가 역시 파종이 늦어지고 있어 월동 전 생육 불량으로 내년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병해충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이은 비로 토양이 과습해지면 곰팡이성 병원균이 활발히 번식할 수 있어 탄저병·점무늬병·흰무늬병 등 주요 병해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도는 농작물 침수와 병해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배수로 정비, 예방적 살균제 살포, 수확 후 철저한 건조 관리 등 사전 대비를 당부했다. 도 관계자는 "가을 장마가 길어질수록 작물 생육과 품질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며 "농가별 현장 점검과 기술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