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 이달 13일 중 10일 간 비 소식…벼 넘어지고 싹트기도
이모작하는 한지 마늘 파종 시기 가늠 어려워…"수확량 감소 우려"
굵은 빗줄기가 내리던 지난 13일 오후 의성군 봉양면. 벼와 마늘 이모작 농사를 짓는 신우연(78) 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논둑에 나와 있었다.
일조량이 좋아 벼는 잘 익었지만 계속되는 궂은 날씨 탓에 벼 수확 일정을 놓친 상황. 심지어 1천800㎡ 크기의 논에는 잦은 비로 벼가 모두 넘어져 있었다. 넘어진 벼의 틈으로는 새로 올라온 초록빛 줄기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신 씨는 "넘어진 벼는 콤바인 등 기계로 수확하기 어려워 일일이 인력으로 수확해야하지만 인건비 부담을 생각하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낫다"면서 "싹이 난 이삭은 도정 과정에서 부서지기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푸념했다.
때 늦은 '가을 장마'가 이어지면서 벼 수확과 마늘 파종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잦은 비에 다 자란 벼가 넘어지면서 싹이 트거나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 시기를 가늠하지 못해 공공 비축미 수매 일정도 뒤엉키고 있어서다.
특히 벼와 마늘 이모작으로 재배하는 한지형 마늘의 경우 파종 시기가 밀리면서 내년 수확량 감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의성군(의성읍 기준)은 누적 강수량 41.2㎜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일 누적 평년 강수량은 17.3㎜보다 2.4배 많다. 특히 이달 13일 가운데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단 사흘에 불과할 정도로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 비축미 수매 일정도 뒤엉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성군의 설명이다. 통상 RPC는 벼의 품종별 혼입을 막고자 품종에 따라 수매 일정을 다르게 잡는다.
그러나 수확 시기가 늦어지면서 수매 일정도 덩달아 엉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류춘봉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은 "발아한 이삭은 내년에 종자로 사용하기 어렵고, 함수율이 높은 벼는 공공 비축미 수매 과정에서 단가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모작으로 짓는 한지형 마늘이다. 난지형 마늘의 경우 통상 9월 중에 파종을 끝낸다. 그러나 의성군이 전국 재배 면적 1위를 차지하는 한지형 마늘은 벼 수확이 끝난 10월 하순에 논에 파종한다.
벼 수확이 늦어지면 마늘 파종 시기도 덩달아 미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올해 의성군의 한지형 마늘 재배 면적은 781㏊로 이들 대부분 이모작을 짓는다.
더구나 토양에 수분이 너무 많으면 씨마늘을 제대로 묻기 어렵고 종자에 흙이 밀착하지 못해 생육이 어렵다는 게 신 씨의 설명이다.
신 씨는 "통상 10월 10일쯤 벼를 수확한 뒤 열흘 정도 지나 마늘을 파종하고 10월 25일까지는 마무리했다"면서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내년 마늘 수확량이 5~10%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